- 억억(人-13) 일만 만(艸-9) 어른 장(長-0) 사람 자(老-5)

한때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유행했다. 부자가 되라? 일단은 덕담으로 받아들이고 따져 보자. 대체 얼마를 벌고 얼마나 가져야 부자가 될까? 객관적 기준이 있을까? 예전에 재산이 매우 많은 사람을 ‘百萬長者(백만장자)’(millionaire)라 했는데, 자산이나 부가 백만 단위(million)가 되는 사람을 일컬었다. 이 말은 1719년 스티븐 펜티먼이 처음 프랑스어(millionnaire)로 썼고, 1816년 시인 바이런이 편지에서 영어로 처음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백만장자라는 말이 처음 쓰인 뒤로 무려 300년이 흘렀으나,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백만장자는 부자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나 인식의 면에서나 부자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아마 ‘億萬長者(억만장자)’(billionaire)라는 말이 쓰이는 시절이기 때문이리라. 억만장자는 미국 달러로 10억(billion) 달러 이상을 가진 사람을 이른다. 시대도 시대지만, 경제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가 단번에 알 수 있다. 용어의 탄생을 통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어디에 가 있는지도 엿볼 수 있으니, 참 흥미롭다.

각설하고, ‘포브스’ 지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억만장자 수는 2754명. 그 가운데 가장 큰 부자는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을 창립한 제프 베조스(Jeff Bezos)라 한다. 그의 자산은 현재 1130억 달러(한화로 대략 190조원)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이혼하면서 아내인 맥켄지 베조스(Mackenzie Bezos)에게 위자료로 약 366억 달러(약 43조원)를 주고서도 이 정도란 말이다.

이들 부부의 이혼을 두고 ‘가장 비싼 이혼’이라며 호들갑 떠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나는 그들 부부가 지난해 자선사업에 20억 달러를 기부한 사실에 더 마음이 간다. 저소득층 미취학 학생과 노숙자를 지원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 얼마 전에 맥켄지는 자신이 위자료로 받은 재산의 절반 이상(약 21조원)을 기부하겠다고 공표했다.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에는 ‘長者(장자)’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그 본래 뜻에 참 맞는 부부라 할 만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