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전(金-8) 할 수 있을 가(口-2) 부릴 사(人-6) 귀신 귀(鬼-0)

신과 같은 돈의 위력은 실로 막강했다. <전신론>에서 노포는 이렇게 표현했다. “失之則貧弱, 得之則富强. 無翼而飛, 無足而走, 解嚴毅之顔, 開難發之口. 錢多者處前, 錢少者居後.”(실지즉빈약, 득지즉부강. 무익이비, 무족이주, 해엄의지안, 개난발지구. 전다자처전, 전소자거후) “잃으면 빈약해지고 얻으면 부강해진다. 돈은 날개가 없어도 날아다니고, 발이 없어도 내달리니, 엄하고 굳은 얼굴을 풀어주며 열기 어려운 입도 열게 한다. 돈이 많은 이가 앞에 서고, 돈이 적은 이는 뒤에 머문다.”

예법을 따지며 엄숙하게 굴거나 시종일관 험악한 표정을 짓던 자도 돈 앞에서는 무장 해제되듯이 풀려버린다. 그 어떤 협박과 회유에도 꿈쩍하지 않고 무덤까지 비밀을 가지고 갈 태세였던 자도 돈질 앞에서는 고분고분하며 입을 연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돈이 많은 이가 윗사람 노릇하고, 돈이 적은 이는 별 대접을 받지 못한다. 돈이 곧 권력이요 지위인 셈이다. 어디 사람 사는 세상에서만 돈이 위세를 부리는 게 아니다.

우리 속담에 “돈만 있으면 염라대왕 문서에서도 뺀다”는 게 있다. 저승의 名簿(명부)에서 이름을 빼 이승의 수명을 더 늘일 수 있다는 뜻이니, 저승사자나 염라대왕의 공포도 돈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중국에도 이와 유사한 속담이 전하는데, 노포도 <전신론> 끄트머리에서 거론했다. “諺曰: ‘錢無耳, 可暗使.’ 又曰: ‘有錢可使鬼.’ 凡今之人, 惟錢而已.”(언왈: ‘전무이, 가암사.’ 우왈: ‘유전가사귀.’ 범금지인, 유전이이) “속담에서는 ‘돈에는 귀가 없으나, 몰래 부릴 수 있다’고 했고, 또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도 말한다. 무릇 요즘 사람들은 돈밖에 모른다.”

錢可使鬼(전가사귀),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귀신 따위를 믿지 않는다며 손사래 치는 사람이라도 이 말만큼은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그렇다면, 손오공의 如意棒(여의봉)보다 더한 위력을 지닌 이런 돈을 대체 누가 바라지 않고 가지려 하지 않겠는가. 노포는 탄식했으나, 사람들이 “돈밖에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