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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374> 御民之轡

예법은 백성을 부리는 고삐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14 20:46:20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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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릴 어(-8) 백성 민(氏-1) 의지(丿-3) 고삐 비(車-15)

노자가 묘사한 갓난애는 그대로 ‘민중, 백성’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노자는 민중을 갓난애와 같은 존재로 보았는데, 이는 당시의 통치자나 지배 계층에서 갖고 있던 인식과 사뭇 다르다. 당시에 민중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 주체성도 자율성도 없는 존재로 간주되었다. 심지어 민중을 가축에 비유하며 마치 가축을 기르고 이끌 듯이 민중을 다스려야 한다고 여기기도 했다. 牧民(목민)이라는 말에 그런 뜻이 담겨 있다.

‘管子(관자)’ 첫 편이 ‘牧民(목민)’이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御民之轡, 在上之所貴; 道民之門, 在上之所先; 召民之路, 在上之所好惡.”(어민지비, 재상지소귀; 도민지문, 재상지소선; 소민지로, 재상지소호오) “백성을 부리는 고삐는 윗사람이 귀하게 여기는 것에 달렸고, 백성을 이끄는 문은 윗사람이 앞세우는 것에 달렸으며, 백성을 불러 모으는 길은 윗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에 달렸다.”
고삐로 부린다느니 문으로 이끈다느니 불러 모은다느니 하는 말은 가축을 몰 때에 쓰는 표현이다. 통치자나 지배 계층 사람들에게 민중은 고작 가축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참으로 끔찍하고 고약한 인식이라 여기지만, 수천 년 동안 이런 인식은 아무런 의심도 비판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교묘한 장치 속에 그런 인식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禮者, 所以禦民也; 轡者, 所以御馬也. 無禮而能治國家者, 嬰未之聞也.”(예자, 소이어민야; 비자, 소이어마야. 무례이능치국가자, 영미지문야) “예법이란 백성을 부리는 바탕이며, 고삐는 말을 부리는 근거입니다. 예법이 없이도 나라나 집안을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을 저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탁월한 정치가 晏嬰(안영)의 언행을 정리한 ‘晏子春秋(안자춘추)’ ‘諫下(간하)’에 나오는, 안영이 군주 景公(경공)에게 했다는 말이다. 예법이 곧 고삐라 했는데, 어디 예법뿐이랴. 지배층에서 내세운 통치 철학에서부터 온갖 제도까지 다 그런 인식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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