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민(氏-1) 아닐 불(一-3) 스스로 자(自-0) 가멸 부(宀-9)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떠한 외부의 간섭이나 위력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선택한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오늘날 널리 실행되고 있는 민주주의 정치는 인간이 자유로운 삶을 살기에 적합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모색하고 쟁취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중은 자유롭지 못하다. 왜 그럴까?

과학철학자인 대니얼 데닛(Daniel C. Dennett, 1942∼)은 ‘자유는 진화한다’는 책에서 “자유의지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으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거의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영구적인 것이 아니며,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에서 권력이 인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 체제에 이른 과정은 그대로 인민의 자유의지가 진화해 온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진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자본주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치권력조차 좌지우지하는 기업권력 또는 산업권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나 재벌의 권력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사람은 노동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일에 쫓겨서 살아서도 안 된다. 일을 하면서 생기도 없고 기쁨도 없다면, 그것은 노예의 노동과 다를 바가 없다. 크로포트킨의 말이다. “지나친 노동은 인간의 본성상 불쾌한 것으로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소수의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것을 공급하기 위해 과도하게 일하는 것은 모두의 복지를 위한 일이 결코 아니다. 일, 노동은 생리학적으로 필수적인 것이며, 축적된 육체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 필수적인, 건강과 삶 그 자체다.”

노동이 건강과 삶 자체가 되려면, 노동을 할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주체인 인간이 도구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권력화한 거대 기업들이 억압과 착취, 통제 따위 온갖 有事(유사)를 일삼으면서 民不自富(민불자부) 곧 인민이 스스로 가멸게 살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이래서야 자유의지가 있다 한들, 자유롭게 살 수 있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