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삼 (一 -2) 달월 (月-0) 아닐 불 (一 -3) 어길 위 (辵-9) 어질 인 (人-2)

다음은 ‘죽간본’ 16-3이다. “是以聖人之言曰: 我無事而民自富, 我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欲不欲而民自樸.”(시이성인지언왈: 아무사이민자부, 아무위이민자화, 아호정이민자정, 아욕불욕이민자박) “이런 까닭에 성인이 말했다. 내가 일을 벌이지 않으니 민중이 저절로 가멸고, 내가 억지로 하지 않으니 민중이 스스로 바뀌며,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니 민중이 스스로 바로잡고, 내가 바라지 않으려 하니 민중이 스스로 수수해진다.”

유가에서도 공부와 수양의 본보기이자 지향으로 성인을 거론하는데, 노자 또한 성인을 내세워 말하고 있다. 공자는 “聖人, 吾不得而見之矣; 得見君子者, 斯可矣”(성인, 오불득이견지의; 득견군자자, 사가의) 즉 “성인은 내가 만나 뵐 수 없으니, 군자라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구나”라고 말했다. 성인이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며, 그 자신도 성인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공자는 好學(호학) 즉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처한 적은 있으나, 결코 자신을 성인이라 여긴 적은 없다. 그것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의 경지가 무슨 특별한 공부나 수행을 요구하는 것이어서가 아니다. 그 공부나 수행은 오히려 별다를 것이 없다. 어짊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생각과 마음과 행동을 어짊에 따라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공자의 제자 顔回(안회)는 ‘生而知之者(생이지지자)’ 곧 나면서부터 아는 자라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 則日月至焉而已矣.”(회야, 기심삼월불위인. 기여, 즉일월지언이이의) “회는 그 마음이 석 달 동안 어짊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고작 하루나 한 달에 한 번 이를 뿐이다.” 요컨대 어짊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는 이가 성인이라는 말이다. 노자의 말로 하자면, 일을 벌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으며 고요함을 좋아하고 무얼 바라지 않는 無事(무사)·亡爲(무위)·好靜(호정)·不欲(불욕)한 사람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