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천(大-1)땅지(土-3)매달 현(心-16)사이 뜰 격(阜-10)

미국사의 깊은 골인 흑백 차별 문제는 로사 파크스 부인이 백인전용좌석에 앉아서 백인에게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사건으로 촉발된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1955년)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 운동을 이끌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교회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갑작스레 연설을 하게 되었다. 한 대목이다.

“여러분, 이제 압제의 억센 강철 발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때가 왔습니다. 어둡고 끈질긴 절망과 굴욕의 늪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킹 목사는 이 연설에서 흑인 시민들이 겪어왔던 학대와 모욕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스스로 “나는 성공적인 연설을 할 수 있었던 점과 투쟁적인 요소와 온건한 요소를 적절히 배합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고 썼다. 투쟁적인 요소와 온건한 요소! 언어가 필연적으로 품고 있는 이 두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해서 표현하느냐 분리해서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에 따르는 행위도 평화적일 수도 있고 폭력적일 수도 있다.

“적의 얼굴을 보라. 그는 사탄이다. 우리가 그 적을 무찌르자!”

어떤가? 누가 보아도 적대적인 세력을 향한 외침이 아닌가? 2004년, 미 해병대 중령 개러스 브랜들(Gareth Brandl)이 이라크 팔루자(Falluja)시 공격을 앞두고 부대원들을 독려하며 했던 말이다. 이 표현을 따라서 미 해병대는 상대를 무차별 공격했고 수백 명이 죽었다. 공격 대상은 팔루자의 민간인들이었다.

전 세계가 규탄한 ‘미국의 팔루자 민간인 학살’은 무기의 파괴력에 따른 것이지만, 그 방아쇠는 ‘말’이었다. 브랜들 중령의 말도 조지 부시(아들) 대통령이 꾸며낸 말 ‘악의 축’과 ‘테러리스트와 전쟁’을 따른 것이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은 평화적 시위로 이어졌고, 마침내 흑백 차별의 위헌을 공식화하는 데 이르렀다. 반면에 조시 부시 대통령과 그의 하수인인 브랜들 중령의 말은 침략과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같은 영어를 그토록 다르게 썼다. 말의 天地懸隔(천지현격)!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