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릴 화(田-8)젓가락 협(竹-7)석삼(一-2)해년(干-3)

노자는 표현의 정교함이나 섬세함을 문제 삼는다.

그것은 정교함이나 섬세함에 치우쳐서 실재를 놓치는 일, 심지어 그 절묘함에 현혹되어 실재 자체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일이 허다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비자’ ‘외저설 좌상’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를 읽어 보자.

“客有爲周君畵莢者, 三年而成.”(객유위주군화협자, 삼년이성) “주나라 군주를 위해 젓가락에 그림을 그린 빈객이 있었는데, 3년이 걸려서야 완성했다.” “君觀之, 與髹莢者同狀.”(군관지, 여휴협자동상) “군주가 살펴보니, 옻칠한 젓가락과 똑같았다.”

군주가 아주 성을 내니, 그림 그린 자가 말했다. “築十版之牆, 鑿八尺之牖, 而以日始出時加之其上而觀.”(축십판지장, 착팔척지유, 이이일시출시가지기상이관) “판축 열 장 높이의 담을 쌓은 뒤 여덟 자짜리 창문을 뚫어 해가 뜨기 시작할 때 그 위에 올려놓고 보십시오.”

“周君爲之, 望見其狀, 盡成龍蛇禽獸車馬, 萬物之狀備具. 周君大悅.”(주군위지, 망견기상, 진성룡사금수거마, 만물지상비구. 주군대열) “주나라 군주가 그 말대로 해서 그 모양을 바라보니, 용과 뱀, 날짐승과 길짐승, 수레와 말 따위 온갖 것들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그제야 군주는 아주 기뻐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뒤, 한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此策之功非不微難也, 然其用與素髹莢同.”(차책지공비불미난야, 연기용여소휴협동) “이렇게 젓가락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솜씨가 정교해야 하므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그 쓰임새로 보자면 평범하게 옻칠한 젓가락과 똑같다.”

한비자라고 해서 인간이 기기묘묘한 것들을 만들어 즐기는 일, 곧 취미나 예술적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행위를 쓸데없는 짓으로 내몬 것은 아니다. 정교한 솜씨를 과도하게 칭찬하며 부귀까지 더해주면 ‘정교함을 위한 정교함’이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가치를 배제해버린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늘날 찬란한 문화유산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민중의 눈물과 땀과 피를 머금고 있는지 돌아보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