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 수(言-8)될위(爪-8)빛광(儿-4)티끌 진(土-11)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글을 읽을 때, 그 글들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먼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 모든 글은 군주를 중심으로 조정의 대신들과 하급관리들을 포함하는 통치 계층 사람들을 향해서 한 말이다. 이른바 지식인들을 향한 발언이다.

지배를 받고 착취당하는 민중에게 한 말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발언들을 시민사회에 알맞게 재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빛과 어우러지고 티끌과 하나가 되라는 和光同塵(화광동진) 또한 명백하게 지배층 사람들 또는 지식인들에게 하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 왜 노자는 이런 말을 했을까?

인류가 무리를 이루어 살면서 사회를 구성하고 제도를 마련하며 이른바 ‘정치’라는 것을 하게 된 뒤로 신분과 계급이라는 차별적인 구조가 형성되고 뿌리내렸다. 요컨대 근대 이전까지는 君(군)―臣(신)―民(민)의 구조였다고 말할 수 있다.

‘大學(대학)’에서 말한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엄밀하게 따지면 지배층의 논리다. 수신의 주체는 士(사)고, 제가의 주체는 大夫(대부)이며, 치국의 주체는 公(공) 또는 諸侯(제후)고, 평천하의 주체는 王(왕) 또는 天子(천자)다. 여기에 民(민)은 주체로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통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거의 노예와 다름이 없는 존재였다.

물론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노예가 존재하지 않지만, 꼭 그렇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제도적으로야 존재하지 않지만, 관념이나 의식에서는 존재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러한 사회 구조 또는 정치 제도 속에서 ‘화광동진’을 읽는다면, 誰爲光塵(수위광진) 즉 누가 빛이고 누가 티끌이 되겠는가?

답은 간단명료하다. 통치 계층의 정점에 있는 王公(왕공), 더 넓히면 大夫(대부)와 士(사)까지가 빛이다. 그리고 노예처럼 갖은 핍박을 다 받으면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부역에 동원되는 민중이 곧 티끌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배층 사람들이 지배 대상인 ‘먼지 같은 민중’을 자신들과 같다고, 하나라고 여겼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