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백(白-1)용한 사람 가(宀-7)다툴 쟁(爪-4)울명(鳥-3)

문명의 역사는 지식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식의 발달과 축적이 문명의 토대였으며, 문명의 성장과 발달의 동력이었다. 인간에게 지식이 없었다면 노자가 말한 ‘天地不仁(천지불인)’의 세상 곧 “결코 어질지 않고 인간에게 자비롭지 않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70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면서 다른 어떤 생물 종보다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지식 덕분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식은 문명을 타락으로 이끈 빌미요 원인이기도 했다. 인간에게 叡智(예지), 明智(명지), 眞智(진지) 따위 밝고 훌륭한 지혜를 주었던 그 지식이 奸智(간지), 巧智(교지), 術智(술지), 私智(사지) 따위 그릇되고 사악한 지혜도 주었던 것이다. 자연에 빛과 어둠이 있듯 인간의 지식 또한 빛과 어둠을 동시에 품고 있었던 셈이다.

개미는 화학물질 냄새에 속아 부전나비의 애벌레를 집으로 끌어들여서 자기 애벌레 대신 나비 애벌레를 먹여 키운다. 자연에서는 그런 타고난 속임수가 벌어진다면, 인간은 지식과 지혜를 동원해 정교하고 다채로운 속임수를 부린다.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인이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에 들어갔던 일이나 춘추시대 晉獻公(진헌공)이 虞(우)나라 군주를 명마와 벽옥으로 꾀어 虢(괵)나라로 가는 길을 빌린 뒤에 괵나라와 우나라를 모두 멸망시킨 ‘假道滅虢(가도멸괵)’은 매우 인간적인(?) 속임수다.

기원전 700년에서 기원전 200년 사이, 이른바 ‘축의 시대’에 새로운 종교와 철학, 사상과 학문이 대거 同時多發(동시다발)했다. 특히 중국에서 일어난 사태를 ‘百家爭鳴(백가쟁명)’이라 한다. 이런 지식과 지혜의 등장은 당시 문명의 병통이 그만큼 깊고 다양하며 복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것들로 문명의 난치병이 말끔하게 치유되었는가? 아니다. 더욱 정교한 언어로 진리의 탈을 쓴 독선을 퍼뜨리고, 치유책인 듯 아닌 조잡한 처방으로 편견과 아집을 심고, 새로운 불화와 다툼의 씨가 되었다. 그 변종들이 지금도 남아 있지 않은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