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할 애(口-6) 말 이을 이(而-0) 아닐 불(一-3) 이지러질 상(人-11)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며 태어남에는 순서가 있어도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누구의 죽음이냐에 따라 갖가지 감정이 이는 것 또한 어쩌지 못한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의 죽음에 애달플 때도 있고, 육친이나 지인의 죽음 앞에서 도리어 담담할 때도 있다. 때로는 며칠이 지나서야 슬픔이 깊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에 두고두고 후회막급일 때도 있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정해진 답이 있을까?

조선 후기에 편찬된 ‘里鄕見聞錄(이향견문록)’(10권으로 이뤄짐, 1862년)은 문인이자 학자인 劉在建(유재건, 1793∼1883)이 양반에서 천민에 이르기까지 조선 시대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들은 대로 기록한 책이다. 권2에 ‘忠孝(충효)’의 인물을 수록했는데, 喪中(상중)에 죽은 효자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뒤에 工曹參議(공조참의)로 追贈(추증)된 安泰新(안태신)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는 타고난 자질이 순후하고 행동거지가 단정하고 무게가 있었다. 효성과 우애가 있었으며, 늘 온화하고 까탈스럽게 굴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입신양명의 뜻이 있었으나, 어버이가 연로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나이 스물아홉에 천거를 받아 벼슬길에 나섰으나, 칠순이신 부친의 상을 당하자 너무 애통해하다가 삼년상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죽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禮曹(예조)에 호소해 旌閭(정려, 마을에 붉은 문을 세워 충신이나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일)를 청했다고 한다.

‘효경’에서는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라 해서 몸은 어버이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감히 헐거나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안태신은 삼년상을 지내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었다. ‘논어’에서도 공자가 “哀而不傷”(애이불상)이라 했다. 아무리 슬퍼도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태신의 죽음은 옳은가 그른가? 그는 효자인가 불효자인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