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천(大-1)길도(辵-9)없을 무(火-8)가까이 할 친(見-9)

‘문자’ ‘부언’에서는 또 “天道無親, 唯德是與!”(천도무친, 유덕시여!)라고 했다. “하늘의 도는 특별히 가까이하는 것이 없으니, 오로지 덕 있는 자와 함께할 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덕은 유가에서 말하는 仁義(인의)나 忠孝(충효) 따위를 이르는 것이 아니다. 도를 알고 도를 체득해서 쌓은 지혜와 힘을 가리킨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도는 노자의 도다.

天道無親(천도무친)! 이 말은 ‘도덕경’의 ‘天地不仁(천지불인)’과 통한다.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으니, 인간을 만물 가운데 으뜸으로 여기지도 않고 만물 각각을 차별해서 보지도 대하지도 않는다.

도는 본디 그러한데, 인간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하면서 도를 제 관점에서 저에게 필요한 대로 보고 이해하며 해석할 뿐이다. 유자 가운데서도 이런 점을 지적한 이가 있으니, 바로 순자다.

‘순자’ ‘天論(천론)’에 나온다. “天行有常, 不爲堯存, 不爲桀亡. 應之以治則吉, 應之以亂則凶.”(천행유상, 불위요존, 불위걸망. 응지이치즉길, 응지이란즉흉) “하늘의 운행에는 한결같은 법칙이 있으니, 성군인 요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폭군인 걸 때문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 다스림으로 응한다면 길하고, 어지러움으로 응한다면 흉하다.”

지금이야 다들 순자의 말을 별 의심 없이 머뭇거림도 없이 받아들이겠지만, 저 옛날에는 하늘과 땅, 인간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천지의 변화와 인간사가 서로 감응한다는 종교적 내지는 미신적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때에 순자가 ‘천론’에서 한 말은 참으로 벼락같이 다가왔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선한 사람이 복을 받지 못하고 악한 사람이 잘사는 데 대해 의문을 갖는다. 그런 의문은 도덕적 행위와 경제적 삶, 사회적 지위가 불가결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의 산물인데, 순자는 벌써 그런 인식은 그릇되었다고 단칼에 쳐버렸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주체적이고 지혜롭지는 않으므로 그런 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이 아직도 우리가 낡고 닳은 고전을 읽으며 옛사람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