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일 소(疋-7)통할 통(辵-7)아닐 불(一-3)있을 재(土-3)

虛(허) 곧 비움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왜 비워야만 恒(항) 곧 한결같이 되는가?

최근에 부쩍 많이 쓰이는 ‘疏通(소통)’이라는 말과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으므로 소통으로 풀어보자.

지금은 탄핵으로 쫓겨나서 감방 생활을 하는 전직 대통령도 재임 기간 내내 소통을 꽤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소통 인문학’이라는 말까지 쓰고 있다. 왜 난데없이 소통을 강조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 당연히 소통이 결핍되어 있거나 부재하기 때문이리라. 疏通不在(소통부재)! 노자가 ‘항’을 강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사람은 혼자 살기 좋아할까, 어울려 살기 좋아할까? 누구나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살고 싶어 한다. 설령 혼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태생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거듭 상처를 받았거나, 그게 아니면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워낙 힘들고 괴로워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골방에 혼자서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인터넷 따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애쓰는 사람의 모습을 보라.

왜 어울려 살고 싶으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할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그 방법을 몰라서다. 어떻게 해야 소통이 되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방법, 소통의 길을 모르는데, 어찌 소통이 될 것이며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 방법이나 길을 모르는 것은 소통의 뜻을 모르거나 알아도 부정확하게 알거나 그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말이다.

疏通(소통)은 疏(소)에서 시작되어 通(통)으로 이어짐을, ‘소’가 되어야 ‘통’하게 됨을 나타내는 글자다. 대개 소통을 말하면서 ‘통’에 무게중심을 두고 ‘소’는 간과하는데, 그래서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통의 핵심은 ‘소’에 있다. 소는 트다, 열리다는 뜻으로, 이는 나의 마음이나 자세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소통은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고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내 생각과 마음을 먼저 비우는 ‘소’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이 ‘소’는 노자가 말한 ‘虛(허)’와 다르지 않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