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허(虍-6) 오롯할 일(士-9) 말 이을 이(而-0) 고요할 정(靑-8)

순자는 도와 마음, 앎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人何以知道? 曰, 心. 心何以知? 曰, 虛壹而靜.”(인하이지도? 왈, 심. 심하이지? 왈, 허일이정) “사람은 무엇으로 도를 아는가? 마음이다. 마음은 어떻게 아는가? 비움과 한결같음, 고요함으로 안다.”

이제 우리는 안다. 도라 하든 이치라 하든 그것을 아는 것은 마음임을. 물론 도에 따라 이치에 맞게 사는 일은 몸의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마음이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알기 위해서는 마음이 ‘虛壹而靜(허일이정)’의 상태 곧 비움과 한결같음, 고요함에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노자와 장자가 말한 바와 다르지 않은데, 순자 또한 받아들였다.

순자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心未嘗不臧也, 然而有所謂虛; 心未嘗不滿也, 然而有所謂一; 心未嘗不動也, 然而有所謂靜.”(심미상불장야, 연이유소위허; 심미상불만야, 연이유소위일; 심미상불동야, 연이유소위정) “마음은 무언가를 갈무리하지 않은 적이 없으나, 그럼에도 거기에는 이른바 비움이 있다. 마음은 채우지 않은 적이 없으나, 그럼에도 거기에는 이른바 한결같음이 있다. 마음은 움직이지 않은 적이 없으나, 그럼에도 거기에는 이른바 고요함이 있다.”

사람에게는 욕구가 있고 욕망이 있다. 이 욕구나 욕망으로 말미암아 늘 사물에 이끌리고 휘둘리면서도 채우려 애쓰고 가진 것을 지키려 버둥질한다. 이런 욕구나 욕망이 나약한 인간을 거칠고 위태로운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게 해주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아마도 그런 사실, 그런 역사 때문에 욕망으로 말미암아 삶이 괴롭고 힘들어도 욕망을 떨어내려 하지 않거나 떨어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욕망에 물들어서 허우적대든 그 욕망에서 벗어나려 버둥질하든 그 모두 사람의 참모습이다. 모순적이라거나 이중적이라 해도 역시 그게 사람의 본모습이다.

노자나 장자도 순자도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런 어지러운 마음 저 깊은 데에 비움과 고요함, 한결같음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는 것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거기서 길을 찾은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