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일(日-0) 달 월(月-0) 잃을 실(大-2) 다닐 행(行-0)

천지변화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비록 인간이 자연의 힘에 맞설 만한 거대한 문명을 구축했다고 해도 천지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고 그랬던 적도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천지변화는 도의 작용인데, 문명이 도 바깥에서 구축된 것이 아닌 바에야 어찌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우리가 특정한 이름으로 부르는 문명마다 탄생과 성장, 쇠퇴와 소멸이라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겪었다.

오늘날의 문명이 1000년이나 2000년 전과 같은가? 아니, 100년 전과 비교해 보라. 이렇게 문명도 천지변화의 원리 속에서 부침과 명멸을 거듭해 왔음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문명에 길들고 물들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취약한 인간이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지식을 발견하고 전수하며 축적해 온 결과가 문명이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이 주는 편안함에 길들여지면서 문명이 생산한 편협하고 왜곡된 사유와 관념에 물들어 천지변화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문자’ ‘구수’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日月失行, 薄蝕無光, 風雨非時, 毁折生災, 五星失行, 州國受其殃.”(일월실행, 박식무광, 풍우비시, 훼절생재, 오성실행, 주국수기앙) “해와 달이 운행 질서를 잃으면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 빛을 잃고, 바람과 비가 때에 맞지 않으면 만물이 훼손되어 재앙이 생기며, 오성이 운행 질서를 잃으면 고을과 나라가 재앙을 입는다.”

해와 달, 별들이 운행 질서를 잃었다는 것은 순전히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인 결과다. 참으로 해와 달이 운행 질서를 잃었다면 지금의 지구와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고 바람과 비가 때에 맞지 않는 것은 모두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인데, 인간은 이 또한 재앙이 생길 異變(이변)이나 怪變(괴변)으로 간주했다. 이런 인식, 아니 이런 왜곡과 조작이야말로 驚天動地(경천동지)할 만행 아닌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