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위(爪-8)하늘 천(大-1)아래 하(一-2)어미 모(毋-1)

서구에서 가장 먼저 번역되었고 가장 널리 읽히고 있는 중국 고전은 ‘도덕경’이다.

논리적으로 명쾌하지 않고 오히려 애매하고 모호해서 불확실성을 진하게 뿜어내는 이 고전을 왜 서구인들은 주목했을까? 내용과 표현의 독특함과 기이함이 호기심을 끌었던 것일까? 논리와 다른 직관과 통찰이 번뜩이고 있다고 여겼던 것일까?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서구 유럽이 근대에 세계 무대에서 주도권을 쥔 데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크게 기여했다. 그 과학과 기술은 기계론적으로 세계를 보는 관점의 산물이면서 또한 그런 관점의 확인이기도 했다.

우주 전체는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여서 어떤 사건이나 사태도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것, 따라서 사건의 초기 조건을 결정하는 사실들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는 인식이 내재한 관점이다.

인류의 발명품 가운데서 이런 관점을 가장 잘 구현해 낸 것이 시계라 할 수 있다. 인류는 오랫동안 시간을 측정하려고 무수히 많은 기계 장치를 고안해 냈는데, 근대에 서구인들의 손에서 태어난 시계는 그 결정판이었다.

산업혁명은 거대한 공장의 기계 소리, 장인들의 획기적인 발명품들, 철도의 출현과 장거리 여행, 철강과 자동차 산업 등의 발달을 낳았는데, 이와 더불어 시계 장치도 고도로 정교해지고 정밀해졌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했던 데카르트도 이성을 가진 인간을 제외하고 동물을 비롯한 존재들은 태엽으로 움직이는 시계와 같이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계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 19세기부터 이런 기계론적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론들이 나왔는데, 混沌理論(혼돈이론, chaos theory)이 대표적이다. 간단히 말하면, 무질서하게 보이는 현상이나 예측 불가능한 현상도 그 이면에는 어떤 정연한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이 혼돈이론이다. 그러나 여전히 질서와 법칙 중심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노자가 말한 ‘爲天下母(위천하모)’의 혼돈과는 거리가 꽤 멀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