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역(亠-4)해야 한다 장(寸-8)알 지(矢-3)이름 명(口-3)

공자는 이름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했고 ‘관자’에서는 명분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름을 바르게 하는 일이나 명분을 밝히고 세우는 일이 통치나 정치의 시작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노자는 이런 인식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고, 그리하여 내놓은 것이 無名(무명)이었다. 그렇다고 이름이나 명분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문자’ ‘도원’에서도 “有功卽有名, 無功卽無名. 有名産于無名, 無名者有名之母也”(유공즉유명, 무공즉무명. 유명산우무명, 무명자유명지모야) 곧 “공이 있으면 이름이 있고, 공이 없으면 이름이 없다. 그러나 이름이 있는 것은 이름이 없는 데서 생겨나니, 이름이 없는 것이 이름이 있는 것의 어미다”라고 했다. 이름이 있는 것 즉 유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명이 바로 무명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죽간본’에서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으니, “名亦旣有, 夫亦將知之, 知之所以不殆”(명역기유, 부역장지지, 지지소이불태)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이름이 있고 난 뒤에는 또한 그것을 알아야 하나니, 그것을 알게 되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 두 번의 ‘知之(지지)’가 나오는데, 이를 ‘知止(지지)’로 보는 연구자들이 꽤 있다. 아마도 ‘죽간본’ 18장(통행본 ‘도덕경’ 44장)에 “知止不殆”(지지불태)라는 구절이 나오기 때문에 그 구절을 따른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知止(지지)’는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어서 이 표현이 들어가면 문맥이 순탄하지 않다. ‘죽간본’ 10장(통행본 ‘도덕경’의 32장)만을 갖고 본다면, 도대체 무엇을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지 좀체 갈피를 잡기 어렵다.

노자는 ‘名亦旣有(명역기유)’ 곧 이름은 이미 있다고 말했으므로 이미 있는 이름을 알아야 한다고 풀이하는 것이 알맞다.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이름의 원천, 이름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름이나 명분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은 사물의 그림자요 명분은 실질의 메아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물과 실질은 잊고 이름과 명분에 집착한다. 노자는 이런 인식에 일침을 가하려 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