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도(辵-9)통나무 박(木-12)비록 수(隹-9)흐릿할 미(彳-10)

도에 대해 노자는 ‘樸雖微(박수미)’라고 해서 ‘통나무 같고 하찮아 보인다’고 했다. 樸(박)은 켜거나 쪼개지 않은 나무인 통나무를 가리킨다. 통나무는 다듬지 않고 꾸미지 않은 것, 가공도 세공도 하지 않은 것으로, 自然(자연)인 도에 비유된다. 이 통나무 같은 도를 흐릿하고 아련한 微(미)로 형용하고 있는데, 도 자체가 명료하게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문명에 길든 인간의 감각과 지각으로는 알아보기도 어렵고 얼핏 보거나 알아차렸더라도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文化(문화)나 文明(문명)은 가공된 것, 인공적인 세계를 가리킨다. 두 글자에 들어 있는 文(문)은 무늬다. 자연적인 결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와 손길이 연출해 낸 무늬다. 인간은 이런 무늬를 끊임없이 고안하고 창작해내며, 거기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며 값을 매긴다.

지난해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5030만 달러, 한화로 약 5천 40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그 가격만큼 이것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논란도 거세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도 오래도록 위작 논란에 휩싸여 있는데, 작품이 사라지지 않는 한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림 한 점에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원씩 하는 것을 노자가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시큰둥했으리라. 진짜니 가짜니 하면서 핏대를 세우며 다투는 꼴들을 본다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에 헛웃음을 짓지 않을까?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이름과 무늬를 인간이 저 스스로 만들어내고는 값을 매기지를 않나, 진짜든 가짜든 다 작위일 뿐인데 핏대를 세우며 다투지를 않나. 그러면 노자는 작위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인가? 아니다.

인간이 대단하게 여기는 예술이 영어로는 아트(Art)인데, 아트에는 기술, 기교, 작위, 부자연스러움, 교활 따위의 뜻도 있다. 예술이 갖는, 아니 인간의 작위적인 행위가 갖는 이중적 의미가 아주 잘 담겨 있다. 노자는 우리의 지각과 마음이 작위와 기교에 매몰되어 문명의 이중성을 간과할까 봐 통나무를 가져와서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