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도(辵-9)늘 항(心-6)없을 무(亠-1)이름 명(口-3)

다음은 ‘죽간본’ 10-1이다. “道恒亡名, 樸雖微, 天地弗敢臣. 侯王如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相合也, 以輸甘露, 民莫之令而自均安.”(도항무명, 박수미, 천지불감신. 후왕여능수지, 만물장자빈. 천지상합야, 이수감로, 민막지령이자균안)

“도는 언제나 이름이 없으며 통나무 같고 하찮아 보이지만, 하늘과 땅도 감히 신하로 삼지 못한다. 후왕이 이를 잘 지킬 수 있다면 온갖 것은 스스로 따르리라. 하늘과 땅이 서로 합쳐져서 달콤한 이슬이 내리듯이 민중은 아무런 명령이 없어도 저절로 고르게 편안해지리라.”

‘죽간본’ 10장은 통행본의 32장과 몇 글자가 다를 뿐 거의 같다. 樸(박)은 통나무를 뜻하는데, 노자는 道(도)를 형용하기 위해 자주 이 글자를 쓰고 있다. 뒤이어 나오는 微(미)도 마찬가지다. 微(미)가 통행본에서는 小(소)로 되어 있으나, 의미는 다르지 않다. 미는 본래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상태나 어슴푸레해서 분간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흐릿하다, 아련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흐릿하고 아련한 것이 도의 본래 모습인 줄을 모르고 사람들은 오히려 작고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는 뜻이 담겨 있다.

臣(신)은 신하로 삼다는 뜻이다. 守(수)는 지키다, 간직하다는 뜻이다. 輸(수)는 물건을 보내다, 옮기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내리다는 말맛이 있다.

통행본에는 安(안)이 없어 의미가 좀 모호했는데, ‘죽간본’을 통해 의미가 한결 분명해졌다. 均(균)은 고르다, 평등하다는 뜻이어서 이것만으로는 민중의 상태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체로 민중이 가장 바라는 것은 편안함이고, 그 편안함의 바탕은 경제적 안정이다. 國泰民安(국태민안)이라는 구절에서 잘 드러나듯이 말이다. 정치가 잘 이루어져서 나라가 태평해지는 것은 곧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짐을 뜻하며, 그 풍요로움을 백성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것이 곧 백성들의 편안함이다. 이런 이치는 예나 이제나 다르지 않다.

최근 촛불 혁명을 통해 들어선 정권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늘고 있는 것도 모두 민생고와 경제 문제를 민중이 바라는 만큼 해결해주지 못해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