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리킬 지(手-5) 사슴 록(鹿-0) 할 위(爪-8) 말 마(馬-0)

“땄을 때 그만두어라!” 이는 노름판의 진리다. 그러나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이 노름꾼들도 이 진리를 거의 따르지 않는다.

몰라서가 아니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일확천금의 행운이 자신에게 있다는 망상으로 노름판에 끼어들었는데, 그 맛을 보고 가능성을 엿보았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게다가 한 번 딴 적이 있으면 다시 딸 것이라는 착각이 그의 발목을 잡아, 아니 그의 마음과 정신을 온통 지배해서 노름판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어디 노름뿐이랴!

권력에 맛을 들인 자, 아니 맛을 보지 않은 자도 그런 망상과 착각으로 권력의 늪에 빠져든다. 중국에서 환관은 황제 곁에서 날마다 지고무상의 권력을 절감하면서 그 부스러기를 맛보는 직업이었다. 그런 환관이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면, 과연 그 위세와 권세를 흔들림이 없는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시황제를 그림자처럼 따랐던 조고가 이사를 꾀고 조서를 위조해 제 뜻에 맞는 이를 황제로 내세웠던 것도 권력의 맛에 탐닉했기 때문이다.

조고가 신하들 가운데 누가 자기편인지 아닌지 또 자기편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해보려고 한 일은 유명하다. 그는 사슴을 끌고 와서 2세 황제에게 바치며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황제가 웃으며 “그대가 잘못 안 것 아니오? 사슴을 말이라고 하니 말이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으니, 일부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일부는 말이라 했으며 일부는 사슴이라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 말한 자들을 몰래 제거했다. 이 일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고사성어 ‘指鹿爲馬(지록위마)’의 유래다.

황제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조고였으나, 그 또한 두려웠다. 정도로써 권력을 얻고 행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조고는 꺼림했던 2세 황제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인 子嬰(자영)을 秦王(진왕)으로 세웠다. 顚末(전말)을 잘 알고 있던 자영이 병을 핑계로 꼼짝하지 않고 있으니, 조고가 찾아갔다. 기다렸던 자영은 조고를 찔러 죽이고, 그 집안의 삼족을 처형하여 함양에서 조리를 돌렸다. 그로부터 5년 뒤, 천하는 漢(한)의 유방에게 넘어갔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