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쓸 무(力-9)있을 재(土-3)알 지(矢-3)때 시(日-6)

병법에서 말하는 勢(세)를 정치에서는 時(시)로 표현한다. 때, 때맞게 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禮樂(예악)에서도 “때맞게 하는” ‘時中(시중)’이 요체인데, 사실 제자백가의 사상 모두 ‘때’에 대해서는 거의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때’는 중요하다.

‘여씨춘추’ ‘孝行覽(효행람)’에 나온다. “聖人之於事, 似緩而急, 似遲而速, 以待時.”(성인지어사, 사완이급, 사지이속, 이대시) “성인이 일을 할 때는 천천히 늦추는 듯이 하다가 서둘러서 하고 질질 끄는 듯이 하다가 빠르게 하면서 때를 기다린다.”

강태공이 강가에서 낚시를 하면서 세월을 낚고 있었던 것도, 管仲(관중)이 주군의 죽음에도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았던 것도, 걸출한 장수의 자질과 능력을 가졌던 韓信(한신)이 길에서 자신을 비웃는 무뢰배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나갔던 것도 모두 때를 기다린 일이었다.

湯王(탕왕)과 武王(무왕)이 아무리 현명하고 민심을 얻었더라도 桀(걸)이나 紂(주)와 같은 폭군이 다스리는 때를 만나지 않았다면 왕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공자와 맹자, 순자는 뜻을 펼 때를 만나지 못해서 천하를 떠돌았으나, 유방과 같은 바람둥이 건달은 때를 만나자 단번에 漢王(한왕)이 되고 이윽고 황제의 지위에 올랐다.

‘효행람’에 나온다. “水凍方固, 后稷不種, 后稷之種必待春, 故人雖智而不遇時無功. 方葉之茂美, 終日采之而不知, 秋霜旣下, 衆林皆羸. 事之難易, 不在小大, 務在知時.”(수동방고, 후직불종, 후직지종필대춘, 고인수지이불우시무공. 방엽지무미, 종일채지이불지, 추상기하, 중림개리. 사지난이, 불재소대, 무재지시)

“물이 얼어서 단단할 때면 후직도 씨를 뿌리지 않으니, 반드시 봄을 기다려 씨를 뿌린다. 그러므로 사람이 비록 지혜롭다고 해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공을 세우지 못한다. 바야흐로 잎이 무성하고 아름다울 때는 종일 그 잎을 따면서도 알지 못하는데, 가을 서리가 내리면 온 숲이 앙상해진다. 일의 어려움과 쉬움은 일이 크냐 작으냐에 달려 있지 않으니, 때를 아는 데 힘써야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