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할 기(大-5) 바를 정(止-1)꼴 형(彡-4)기세 세(力-11)

1972년 봄, 중국 山東(산동) 臨沂(임기) 銀雀山(은작산)에서 건설을 위해 지반을 다지는 작업을 하다가 漢(한)나라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4000여 매에 이르는 죽간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이 죽간들 가운데는 ‘손자병법’이 있었는데, 또 다른 중요한 병법서도 있었다. 바로 ‘孫臏兵法(손빈병법)’이었다. ‘손자병법’을 지은 孫武(손무)가 孫臏(손빈)과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논쟁이 오래도록 끊이지 않았다. ‘손빈병법’이 失傳(실전)된 지 100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성과 내용이 다른 ‘손빈병법’이 발견됨으로써 그런 논란은 종식되었다.

그 밖에도 중요한 죽간이 적지 않았는데, 또 눈길을 끄는 것이 ‘奇正(기정)’이라는 죽간이다. 奇(기)와 正(정)은 ‘손자병법’에서 勢(세)의 핵심 개념으로 쓰던 용어인데, 이 두 글자를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天地之理, 至則反, 盈則敗, 日月是也; 代興代廢, 四時是也; 有勝有不勝, 五行是也; 有生有死, 萬物是也; 有能有不能, 萬生是也; 有所有餘, 有所不足, 形勢是也.”(천지지리, 지즉반, 영즉패, 일월시야; 대흥대폐, 사시시야; 유승유불승, 오행시야; 유생유사, 만물시야; 유능유불능, 만생시야; 유소유여, 유소불족, 형세시야)

“하늘과 땅 사이의 이치는 극에 이르면 돌아오고 가득 차면 이지러지니, 해와 달이 그러하다. 번갈아서 흥하고 번갈아서 쇠하니, 네 계절이 그러하다. 이기는 것도 있고 이기지 못하는 것도 있으니, 오행이 그러하다. 태어나는 것이 있고 죽는 것이 있으니, 온갖 것이 그러하다. 잘하는 것이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온갖 생물이 그러하다. 넉넉한 것이 있고 모자란 것이 있으니, 형세가 그러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형세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결국 일을 쉽게 하느냐 어렵게 하느냐, 일을 이루느냐 그르치느냐는 이런 이치를 알고 형세를 꿰뚫어 보느냐에 달렸다는 뜻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