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을 다(夕-3)쉽게 할 이(日-4)반드시 필(心-1)어려울 난(隹-11)

다음은 ‘죽간본’ 8-2다. “大小之多易必多難. 是以聖人猶難之. 故終亡難.”(대소지다이필다난. 시이성인유난지. 고종무난)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너무 쉽게 하려 하면 반드시 너무 어려워진다. 이러하므로 성인은 오히려 어렵게 여긴다. 그래서 끝내 어려움이 없다.”

‘大小之(대소지)’를 독립된 구절로 보아 “큰 것을 작게 여긴다”로 풀이하고 ‘多易必多難(다이필다난)’을 따로 풀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대소지’의 뜻이 불분명해지고 뒤 구절과도 맥락이 닿지 않는다. ‘대소지’를 ‘多易(다이)’와 묶어서 하나로 보아야 뜻이 통한다. 大小(대소)는 곧 大小事(대소사)이며, 크고 작은 모든 일을 가리킨다. 易(이)는 쉽다는 뜻이다. 多(다)는 너무, 지나치다는 뜻으로 쓰였다. 猶(유)는 오히려를 뜻한다. 終(종)은 끝내를 뜻한다. 亡(무)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無(무)와 같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쉽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바라는 만큼 쉽지 않고 도리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기 십상이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성인은 오히려 어렵게 여긴다고 하니, 그러면 일을 대할 때마다 어렵게 여겨야만 할까? 불행하게도 성인이 아니라면 어렵게 여긴다고 해서 쉽게 풀어나갈 수 없다.

“너무 쉽게 하려 하면 반드시 너무 어려워진다”는 말에 주목하자. 일을 너무 쉽게 하려는 것은 분명 욕심이다. 왜 욕심을 부릴까? 욕심을 부려도 된다고 여긴 탓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대략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이전에 일을 쉽게 해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해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둘에서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이전에 일을 쉽게 해냈다고 또 쉽게 해낸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비록 경험이 있었다 해도 일이 달라지고 시세가 달라지면, 그전처럼 해내기 어렵다. 또 누군가가 일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만큼 그가 그 일을 해낼 능력이 충분하며 또 일의 성질을 잘 알고 시세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