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지을 취(火-4)쌀 미(米-0)있을 유(月-2)이치 도(辵-9)

왜 장영은 조선인이 밥을 잘 짓는다고 했을까? 그가 늘 먹던 밥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인이 먹는 쌀은 우리가 먹는 쌀과 품종이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북부지역에서는 동그랗게 생겨 圓粒種(원립종)이라 하는 자포니카 쌀을 먹고, 중국 나머지 지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길게 생겨서 長粒種(장립종)이라 하는 인디카 쌀을 먹는다. 자포니카 쌀은 밥을 하면 끈기가 있으나, 인디카 쌀은 찰지지 않아서 끈기가 없다.

원료의 성질이 다르므로 밥을 짓는 방법도 달라서 자포니카 쌀은 ‘짓는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인디카 쌀은 ‘찐다’ 또는 ‘삶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방법을 쓴다. 인디카 쌀은 대개 쌀을 충분히 불린 다음에 쌀보다 1.5배 정도 되는 물과 함께 솥에 넣고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쌀이 바닥에 눌거나 엉키지 않도록 저어준다. 쌀이 다 익을 즈음 밥물을 모두 따라버린 다음 불을 약하게 줄이고 솥뚜껑을 덮은 뒤에 뜸을 들인다. 이렇게 지은, 아니 찐 밥은 찰기와 수분이 적어서 숟가락을 쓰지 않고 맨손으로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찐 밥은 찰기가 없어 푸슬푸슬하니 아무리 꼭꼭 씹어도 단맛이 나올 리가 없다. 이런 밥은 그냥 먹기보다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에 제격이다.

푸슬푸슬한 밥에 익숙했던 장영으로서는 찰기가 있고 윤기가 돌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조선의 쌀밥이 그야말로 밥의 신천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장영은 또 이렇게도 말했다.

“又聞之靜海勵先生, 炊米汁勿傾去, 留以蘊釀, 則氣味全, 火宜煖, 水宜減, 皆有道焉. 鹵莽滅裂, 是與暴殄天物者等也.”(우문지정해려선생, 취미즙물경거, 류이온양, 즉기미전, 화의난, 수의감, 개유도언. 노망멸렬, 시여폭진천물자등야) “정해 려선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쌀로 밥을 지을 때 그 밥물을 내버리지 말고 그대로 두어서 익혀야만 향기와 맛이 오롯해지며 불은 약하게 하고 물은 줄여야만 하니, 그 모두 이치가 있다. 예사롭게 여겨 아무렇게나 밥을 짓는다면, 이는 하늘이 내린 것에 모진 짓을 하는 것과 같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