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시(日-6)될 위(爪-8)이 지(丿-3)벼리 기(糸-3)

역사의 흐름 또한 ‘저절로 그러한’ 自然(자연)을 따른다. 아무리 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자가 절묘한 모략과 정교한 책략을 꾸며서 일을 꾀해도 대세의 흐름을 모르거나 거스른다면 실패한다. 대개 역사에서 위업을 이룬 영웅들을 두고 범부가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냈으며 그들의 위업으로 말미암아 역사도 바뀌었다고 말하는데, 그 영웅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르면서 그런 위업을 이루어낸 것은 아니다.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탔기에 그런 위업을 이루어냈다.

때를 알았거나 대세를 탈 줄 알았기에 영웅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문자’ ‘자연’에 나온다. “凡事之要, 必從一始, 時爲之紀, 自古及今, 未嘗變易, 謂之天理. 上執大明, 下用其光.”(범사지요, 필종일시, 시위지기, 자고급금, 미상변역, 위지천리. 상집대명, 하용기광) “무릇 일의 고갱이는 반드시 하나에서 시작되고 때를 벼리로 삼는데, 이는 예부터 이제까지 변하거나 바뀐 적이 없었으니, 이를 하늘의 이치라 한다. 윗사람이 밝은 지혜를 지니고 있으면 아랫사람들도 저절로 그 밝음을 쓰게 된다.”

여기서 두 가지 이치를 말했는데, 하나는 옳으나 하나는 고쳐져야 한다. 모든 일에서 ‘때’를 벼리로 삼는다는 말은 옳다. 땅을 갈아엎고 씨 뿌리고 김매고 거두어들이는 일은 모두 때에 맞추어 해야 한다. 그처럼 사람의 일도 모두 때가 있어 때를 따라야 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대비해도 때에 맞지 않으면 필연코 그 일은 어그러진다.

설령 이런 이치를 안다 해도 실제 ‘때’를 알기란 쉽지 않다. 일을 시작해야 할 때를 간신히 맞추더라도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여 처음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변수와 변화는 그 일이 진행되는 ‘때’에 따라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이런 때는 하늘의 소관이요 자연의 작용이어서 어떠한 작위로도 읽어내거나 알아챌 수 없다.

역설적으로 억지로 하려는 마음을 떨쳐내야만, 참으로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만, 읽어내고 알아챌 수 있다. 만약 때를 간과하고 억지를 부린다면, 項羽(항우)의 꼴이 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