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一-3) 물을 문(口-8)할 수 있을 가(口-2)알 지(矢-3)

국군기무사령부, 약칭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 수사정보기관으로 군사에 관한 정보 수집 및 군사 보안, 방첩,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과거 보안사령부 시절부터 정치에 개입하거나 군사 반란을 주동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1979년 박정희 암살 사건을 틈타 12월 12일에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군부를 장악한 일부터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등에 관여한 일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당시 보안사령부 사령관 전두환은 체육관에서 간접 선거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역시 보안사령부 사령관을 지냈으며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에 동참했던 노태우가 전두환을 이어 대통령이 되었다. 노태우는 1987년 민주화 열망으로 일어난 6·10 항쟁을 무마하려고 대통령 직선제 따위의 내용을 담은 6·29선언을 발표했는데, 이 선언을 7월에 전두환이 전격 수용하면서 그 정치적 입지가 확고해졌다. 당시 6·29선언을 전두환이 기획하고 지시했으며 노태우가 연출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 모든 과정이 작위와 위선의 연속이었음은 不問可知(불문가지)다.

이런 군인 정치가들이 모르거나 잊고 있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것은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할 수는 있어도 무력으로 이어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저 중국의 五代十國(오대십국)시대(907∼960)에 하극상과 내란, 전쟁이 거듭되면서 정권과 왕조가 단명했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군인이 정권을 쥐고 무력으로 통치하려 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쥐고서 영원한 독재정권을 꿈꾸며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정지시키는 十月維新(10월유신, 1972년 10월 17일)을 단행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박정희도 끝내 최측근이던 김재규에게 사살되었다. 고작 20년도 채우지 못했다. 그를 본받아 군사 반란을 일으켰던 전두환과 노태우도 각각 7년과 5년, 합쳐 12년을 재임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 둘은 훗날 법의 심판을 받았다. 앞으로 역사의 단죄를 벗어나지 못할 이 세 사람은 기무사의 문건에 영감을 준 인물들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