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을 무(亠-1) 일삼을 사(亅-7) 때 시(日-6) 일으킬 유(月-2)

작위와 위선은 지독히도 끈질기게 사람을 괴롭히는 미세먼지와 같다. 문명의 편리함과 유용함에 뒤따라 일어나는 미세먼지다. 이 미세먼지를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 한 나라의 건전한 작동까지 마비시키는 有爲(유위)와 有事(유사)를 일삼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근간부터 뒤흔들려는 거대한 시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이다. 이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이제 특별수사단이 꾸려졌다고 하니 그 명명백백한 전말을 알려면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군의 정치 개입이라는 독재정권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시도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건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탄핵 판결일을 기점해서 해서 탄핵이 기각되면, 첫째 위수령을 발동한다. 위수령으로 안 되면 일반계엄령을 선포한 뒤 다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 둘째, 기계화 사단을 투입한다. 탱크와 장갑차가 서울시내에 들어온다는 말이다.

셋째, 시위 참가자는 모두 체포하고 사법처리한다. 넷째, 계엄협조관(중령, 대령급)을 편성하여 24개 정부 부처에 파견하고 정부연락관을 소집하여 정부 부처를 관리 감독한다.

다섯째, 계엄사 보도검열단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을 운영해서 군의 작전에 저해되거나 공공질서를 침해하는 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언론을 통제한다. 매우 구체적이고 꼼꼼하다.

이는 군이 정부 부처를 장악하고 사법과 행정, 언론 모두를 통제한다는, 그야말로 군사 반란 획책이다. 물론 이 문건을 작성한 이들 그리고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有事時(유사시)를 대비한 것뿐이라 항변하겠지만, 위선적 항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문건을 작성한 것 자체가 심각한 위법 행위다. 더구나 그 내용은 박정희의 5·16 쿠데타나 전두환의 12·12 군사 쿠데타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이는 정치에 대해 하는 일이 없이 ‘事亡事(사무사)’해야 할 때에 민심과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일을 함부로 일삼은 ‘事有事(사유사)’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