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 신(示-5) 얽매일 루(糸-5) 마음 심(心-0) 헷갈릴 혹(心-8)

화씨지벽의 주인공 화씨가 충정에서였든 속셈이 있어서였든 옥돌을 바친 그의 마음과 행동은 이미 작위와 위선에 물들어 있었다. 진귀한 돌과 하찮은 돌을 가르는 것이나 진귀한 돌이므로 군주에게 바치려 한 것이나 모두 작위와 위선에 따른 판단이요 행동이었다. 그 작위와 위선은 문명의 선물(?)이다. 이런 작위와 위선이 가득한 문명 속에서 살다가 그런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것이다. 심지어는 불가피한 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과연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것인가? 우리는 안다, 작위와 위선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한 번 생각해 보라. 저 초나라의 군주에게 그 옥돌 하나가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그때까지 옥돌 하나가 없어서 통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가, 재화의 부족에 시달렸던가? 그따위 옥돌을 잘 갈고 다듬어 희귀한 보배로 만든 데서야 군주의 존엄이 더 커질 것도 백성들 생활이 더 나아질 것도 아니다. 또 군주가 옥돌을 바친 화씨의 식견을 인정해준들, 거기에 더해 상을 내린다 한들 그것으로 화씨의 처지가 얼마나 더 나아질까? 멀쩡한 두 발이 이미 잘렸는데.

‘문자’ ‘구수’에 나온다. “輕天下卽神無累, 細萬物卽心不惑, 齊生死則意不懾, 同變化則明不眩.”(경천하즉신무루, 세만물즉심불혹, 제생사즉의불섭, 동변하즉명불현) “천하를 가벼이 여기면 정신이 얽매이지 않고, 만물을 하찮게 여기면 마음이 헷갈리지 않으며,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면 두려워하지 않고, 사물의 변화와 함께하면 지혜가 밝아 현혹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고 중하게 받드는 것이 과연 귀하고 중한가? 그 귀함과 중함은 누가 정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누가 기준을 정하든, 어떤 기준을 마련하든, 그 기준은 결코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기준은 모두 작위에서 나온 것이다. 그 작위가 가치를 매겼고, 그 가치를 좇아 사람은 또 헛된 생각을 하고 작위적으로 행동한다. 그럼에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행동한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문명의 虛僞(허위)에 물든 것이다. 화씨 또한 그런 허위에 속아 有意味(유의미)한 有爲(유위)를 하려 애썼고, 그게 僞善(위선)인 줄 모르고 위선하다가 두 발이 잘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