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쓸 로(力-10)몸 신(身-0)애태울 초(火-8)마음 사(心-5)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요에서 순, 순에서 우로 제위가 전해진 것을 禪讓(선양)이라 한다. 아비가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신하들 가운데서 가장 유능하고 현명한 사람에게 제위를 넘겨준 것이므로 유가에서는 이를 매우 이상적인 일로 여겼다. 불행하게도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중국이나 한국 어디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簒奪(찬탈)을 선양으로 가장한 경우는 있었지만. 오히려 근대에 와서야 선거를 통해 선양이 이루어졌다.

그러면 순과 우는 어떠했기에 제위를 넘겨받을 수 있었던가? 우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는 아버지가 鯀(곤)이다. 요 임금 때 홍수가 하늘에까지 넘쳐서 거대한 물줄기가 산을 감싸고 언덕을 삼켜 백성들의 걱정이 매우 컸다. 요가 물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을 구하자, 신하들이 곤이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곤은 9년 동안 물을 다스렸지만 아무런 공적을 이루지 못했다. 요는 곤이 치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추방했다. 그 뒤, 순이 곤의 아들 우를 기용하여 곤의 사업을 잇도록 했다.

아버지가 공을 세우지 못하고 죽은 것이 가슴 아팠던 우는 열정적으로 일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勞身焦思, 居外十三年, 過家門不敢入”(노신초사, 거외십삼년, 과가문불감입) 곧 “몸을 힘들게 하고 속을 태우며 밖에서 13년을 살면서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여기 노신초사에서 勞心焦思(노심초사)라는 말이 나왔다.

우는 먹줄과 곱자와 걸음쇠를 갖고 다니며 산과 강들을 측량하면서 땅을 나누고 막힌 곳을 뚫고 둑을 쌓아야 할 곳에 단단하게 둑을 쌓았다. 이리하여 수많은 강이 제 길을 찾아서 흘러갔고, 흙은 기름졌으며, 산에는 나무가 무성해졌고, 지역마다 물산이 풍부해졌다. 마침내 우는 물을 다스리는 일을 해냈다. 이는 지리적 조건을 무시하고 억지로 물을 다스리려 했던 곤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地理(지리) 곧 땅의 결에 따라서 물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이 治水(치수) 방식은 그대로 統治(통치)의 방식이었으므로 순이 그에게 제위를 선양했던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