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세 세(力-11) 아닐 불(一-3) 행할 행(行-0) 어조사 야(乙-2)

아마도 고대 중국에서는 귀족들 사이에 자기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다른 이에게 맡겨서 가르치는 풍조가 있었던 듯하다. 조선 시대에도 자식을 아비가 직접 가르치지 않고 가까운 벗이나 인품이 훌륭한 사람에게 맡겨서 대신 가르친 일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 맹자의 말이나 맹자가 거론한 풍조를 본받아서 그렇게 했으리라 여겨진다. 이렇게 아비가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것은 맹자의 말처럼 ‘勢不行也(세불행야)’ 곧 형세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 형세란 무엇인가?

맹자가 말한 것처럼 가르치는 자는 반드시 바르게 되도록 가르친다. 말로써. 그렇다, 말로써 가르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르침의 형태다. 아무나 아무 데서나 가르치려 드는 일이 흔한 것도 가르침은 말로써 하는 것이고 말이 옳거나 그럴듯하면 가르침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로써 가르치기가 쉬운 만큼 가르치는 이가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면서 그렇게 행동하라고 가르칠 공산이 크다. 바로 여기에 가르치는 자의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일, 가르치는 자 자신의 행동이 바르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형세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책임과 애착으로 말미암아 잘 키우고 싶어서 늘 가르치려 하고 또 가르친다. 한 지붕 아래에 살고 있으니,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가르치기 마련이다. 흔히 하는 말처럼 “자식 잘 되라고” 가르친다. 그 가르침이 그릇될 리는 거의 없다. 문제는 부모의 행동이 그 가르침과 다를 때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식이 아무리 귀로 옳은 가르침을 듣더라도 그것은 눈으로 본 부모의 그릇된 행동이나 어긋난 행위를 이길 수 없다. 즉, 귀로 들은 것보다 눈으로 본 것이 훨씬 강렬하고 영향력이 크다는 말이다.

이리하여 부모가 가르칠 때 그 가르침과 부모 자신의 행동이 어긋나면, 필연적으로 그 가르침은 자식의 내면에 미움의 싹을 틔우거나 심하면 반발심을 갖게 만들어 부모와 자식 사이가 틀어진다. 부모로서는 전혀 예상하지도 바라지도 않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