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멸 부(宀-9)그 지(丿-3)가르칠 교(攴-7)

20세기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세기다. 결국 공산주의는 사라지고 자본주의가 남았다. 정치 체제는 여전히 사회주의인 국가들이 있지만, 그런 국가들조차 경제에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따르고 있거나 따르려 한다.

중국이 자본주의 제도를 받아들인 것을 보라. 또 얼마 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짐으로써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 북한을 보라. 중국의 개방과 북한의 변화는 자본주의 방식이 체제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데 긴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는데, 사실 이는 정치 제도나 체제가 어떠하든 국가의 통치나 사회 질서를 위해서는 먹고 사는 일 곧 경제 문제가 관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해준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모두 평등하게 또 행복하게 잘 살까? 1978년 등소평의 개혁 이후로 이제 40년이 지났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로서 전 세계 경제에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과연 중국의 인민은 모두 잘 살고 있는가? 오히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 않은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이런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개 북유럽의 복지제도를 본보기로 삼는데,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놓치고 있다.

‘논어’ ‘子路(자로)’편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가 衛(위)나라에 갈 때, 제자 冉有(염유)가 수레를 몰고 있었다. 위나라에 들어서자 공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많구나!”

그러자 염유가 물었다. “이미 많다면, 또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

공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富之.”(부지) “가멸게 해주어야지.”

“이미 가멸다면, 또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敎之.”(교지) “가르쳐야지.”

공자는 먼저 부유하게 해주고 그 다음에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가르친단 말인가? 禮義(예의)!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