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조 조광윤은 그 자신이 먼저 솔직하게 속내를 보여주었다. 오대 동안 수많은 황제들이 그 부하들의 추대를 받아서 제위에 올랐다가 바로 그 부하들로 말미암아 어린 황제와 황족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렇듯이 송 태조도 언제 그런 일을 당할지 몰라서 두려움과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인생은 짧고 고단한 것이니, 더 늦기 전에 부귀영화를 누리고 나중에 자손들에게도 물려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권했다.

또 송 태조는 잘 알았다. 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인이며 의식 수준이 그렇게 높은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자신을 황제로 추대한 것이 천하와 백성을 위한다는 대의를 위해서였겠는가? 아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 그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 그런 그들에게 천하와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병권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순순히 내놓았겠는가?

송 태조는 그들을 잘 알았으므로 그들의 수준에 걸맞게 협박인 듯 협박 아닌 회유로써 병권을 내놓게 했다. 그리고는 여생을 편안하게 즐길 만큼 넉넉하게 상을 내리고는 각지의 절도사로 배치했다. 물론 이때의 절도사는 당말 오대 때 병권과 정권, 민정을 모두 장악한 절도사가 아니라 아무런 권력이 없는 명예직이었다. 문관을 중시하고 무관을 경시한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송 태조는 미처 몰랐으리라. 그 자신이 세운 왕조가 300 년 동안 이어지리라는 것을. 오대의 왕조들을 생각해보면, 이는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그 또한 당연한 일 아니었을까? ‘문자’ ‘守弱(수약)’에서 “聖人法天, 弗爲而成, 弗執而得. 與人同情而異道, 故能長久”(성인법천, 불위이성, 불집이득, 여인동정이이도, 고능장구) 곧 “성인은 하늘을 본받으므로 억지로 하지 않으면서도 이루고 매달리지 않으면서도 얻는다. 다른 사람들과 성정은 같아도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길고 오래갈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했으므로.

송 태조가 성인은 아니지만, 정치의 도를 잘 알았던 탁월한 정치가였음은 분명하다. 그것이 그를 오대의 황제들과는 다른 길로 가게 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