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인(人-0) 어찌 언(火-7) 숨길 수(广-10) 어조사 재(口-6)

5-1<91회>에서 훌륭한 선비는 “아련하고 야릇하며 그윽하게 꿰뚫었으므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선비를 제대로 알아볼 것인가? 5-2<93회>에서 그런 선비는 “머뭇거리는 듯하고 사리는 듯하며, 든직하면서도 누그러진 모습이기도 하며, 두터우면서도 흐린 데에 뒤섞여 있는 듯하다”고 그 모습을 형용하지만, 오히려 더욱 헷갈릴 뿐이다. 自由自在(자유자재)하며 無碍(무애)한 성인 같기도 하고, 세태에 따라 變化無雙(변화무쌍)하게 처신하는 厚顔無恥(후안무치)한 자 같기도 하다.

결국 그런 훌륭한 선비는 관점이나 시각에 따라 극찬받을 수도 있고 혹평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역사 속 인물 가운데 그 행적이 애매하고 모호해서 또는 당대의 통념과 사뭇 거리가 있어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이가 적지 않다. 동아시아에서 보자면, 대체로 근대 이전 역사가들은 유교적 관념에 물들어 있었으므로 노자가 말한 ‘훌륭한 선비’를 오롯하게 보고 적실하게 평가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이쯤에서 단박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馮道(풍도, 882∼954)다. 그에 대한 평가는 사뭇 분분한데, 여전히 그 행적을 제대로 평가하는 이는 드문 것 같다. 나로서는 그를 노자가 말한 ‘훌륭한 선비’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까닭을 이제부터 늘어놓겠다.

먼저 그런 훌륭한 선비를 어떻게 알아보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공자의 조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논어’ ‘爲政(위정)’편에서 공자는 말했다.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인언수재? 인언수재?) “그 일을 왜 하는지를 살피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살피고, 그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살펴라. 그리하면 그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느냐? 그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느냐?”

이는 사람을 볼 때 그 동기나 의도가 무엇인지, 추이나 과정은 어떠한지, 결과는 어떠하며 그 결과를 어떻게 누리는지 살핀다면, 그 속내나 실체를 대체로 밝힐 수 있다는 뜻이다. 풍도의 언행과 행적도 그렇게 따져보면 되리라 생각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