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갖 것 물(牛-4)반드시 필(心-1)있을 유(月-2)저절로 자(自-0)그러할 연(火-8)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중은 오래도록 억압과 착취의 대상이었다. 지배당할 의무만 있었다. 지금처럼 시민이 주인이 되어 갖가지 권리를 맘껏 주장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 것은 불과 몇십 년, 길어야 한 세기도 되지 않는다. 현대 민주주의의 주요 산실이었던 미국을 한번 보자. 1776년 7월 4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독립을 선언했다. 그 선언문에 다음 문장이 들어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이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분명히 선언했으며, 자명한 진리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기 이 ‘모든 사람’에는 흑인 노예가 포함되지 않으며 심지어 여자도 포함되지 않았다. 오로지 백인 남성들만이 ‘사람’이었다. 흑인이 비로소 사람으로 대접받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뒤였다. 여성도 1920년 8월 18일 ‘수정헌법 제19조’가 비준되어서야 비로소 남성과 동등한 시민의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문자’ ‘자연’에 나온다. “物必有自然而後人事有治也, 故先王之制法, 因民之性而爲之節文. 無其性, 不可使順敎; 有其性, 無其資, 不可使遵道.”(물필유자연이후인사유치야, 고선왕지제법, 인민지성이위지절문. 무기성, 불가사순교; 유기성, 무기자, 불가사준도) “사물에는 반드시 저절로 그러함이 있으니, 그를 좇아서 해야 다스림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선왕이 법을 제정할 때는 민중의 본성을 좇아서 알맞게 꾸몄다. 본성이 없다면 가르침을 따르게 할 수 없고, 본성이 있더라도 밑천(仁義)이 없으면 도를 따르게 할 수 없다.” 민중 또한 사람이며 모든 법은 그들의 본성을 좇아야 한다는 노자의 선언은 그 자체로도 놀랍지만, 그의 선언이 2000년 뒤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기 그지없다. 그러한 흐름과 변화, 그것이 바로 ‘저절로 그러함’이리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