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을 적(辵-11), 형편 정(心-8), 그만둘 사(辛-12), 나머지 여(食-7)

슬그머니 위나라를 떠난 사거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위태로워졌다는 생각에 불안과 초조로 속이 타들어 가지 않았을까? 위나라 제후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멀찌감치 달아날 때까지 간이 조마조마하지 않았을까? 달아나다 잡히기라도 한다면? 떠올리기조차 싫었으리라.

그러면 사거를 궁지로 내몬 공손연은 어떠했을까? 결과적으로는 만세삼창이라도 외쳤을 테지만, 그 과정에서는 어떠했을까? 장의를 찾아가 설득하면서도 내내 그의 눈빛과 속내를 살피며 그의 마음을 붙들려고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장의 또한 술수와 간계에 능한 인물 아닌가. 애초에 사거와 자신 둘 사이의 일은 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사실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더없이 속 편한 처지 아닌가. 괜히 끼어들었다가 날벼락이라도 맞으면? 그런 그를 끌어들여야 했으니,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으리라.

간신히 그를 설득했다고 해도 나중에 딴마음을 먹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사거와 한통속이 되어 되레 자신을 향해 칼날을 들이댈 수도 있지 않은가. 장의가 자신을 편들어 자신의 바람대로 혜왕을 잘 구슬렸다고 한들, 혜왕이 사거를 불신하고 내칠지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각자 다른 욕망과 각자 다른 계산, 의도, 작위 따위가 순간순간 개입하며 상호작용하므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 사거가 떠날 때까지는 공손연도 坐不安席(좌불안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노자가 “천하에서 불선을 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럼 선을 하는 것은 쉬운가? 노자는 말했다. “所謂爲善易者, 靜而無爲, 適情辭餘, 無所誘惑, 循性保眞, 無變于己, 故曰爲善易也.”(소위위선이자, 정이무위, 적정사여, 무소유혹, 순성보진, 무변우기, 고왈위선이야) “이른바 선을 하는 것이 쉽다는 말은 조용하게 억지로 하지 않으면서 실정에 맞게 하고 나머지는 제쳐두면 꾐에 넘어가거나 헷갈릴 일이 없으므로 본바탕을 좇고 참됨을 지켜서 자신에게 아무런 변고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을 하는 것이 쉽다고 말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