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弓-2)생각할 사(心-5)뿐 이(耳-0)어조사 의(矢-2)

자, 그러면 노자는 무슨 이유로 불선을 하는 것이 그토록 어렵다고 말했을까? “所謂爲不善難者, 簒殺矯詐, 躁而多欲, 非人之性也, 故曰爲不善難也.”(소위위불선난자, 찬살교사, 조이다욕, 비인지성야, 고왈위불선난야) “이른바 불선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은 남의 자리를 빼앗고 윗사람을 죽이며 말을 꾸미고 속이면서 성급하게 굴며 욕심을 많이 부리는 것은 사람의 본바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선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요컨대, 불선을 하는 것이 사람의 본바탕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이는 맹자의 性善(성선)과 거의 같은 사유다. 맹자는 누구나 四端(사단), 즉 두려워하고 놀라며 슬퍼하고 가엾어하는 惻隱之心(측은지심),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羞惡之心(수오지심), 받지 않고 주려고 하는 辭讓之心(사양지심), 옳음과 그름을 가리는 是非之心(시비지심)을 갖고 있다 했는데, 이는 인간이 본래 착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마음이 없으면 ‘非人’(비인) 곧 ‘사람이 아니다’며 頂門(정문)에 一鍼(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는 결코 엄포가 아닌 진실이다. 우리 모두 그런 마음이 없는 자, 남을 함부로 해치거나 제 잘못을 돌아볼 줄 모르는 자를 보면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 욕하지 않는가?

그러면 왜 그런 타고난 마음을 쓰지 못하는가? 아니, 왜 있는 줄도 모르는가? 맹자는 “弗思耳矣”(불사이의) 곧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왜 생각하지 않을까? 탐욕,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 때문이다.

맹자나 노자가 살았던 시대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발탁되었다. 한나라 때 劉向(유향, 기원전 77∼기원전 6)이 편찬한 ‘戰國策(전국책)’을 보면, 다양한 신분 출신의 策士(책사)들이 제후에게 발탁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알리려 애쓰는 모습, 그리고 발탁된 뒤에는 더 두터운 신임을 받으려고 술수를 써서 다른 이들을 궁지로 내몰거나 사지로 몰아넣는 행태가 생동감 있게 서술되어 있다. 누가 보더라도 그 시대는 권모와 음모에 능한 자들이 출세하고 행세하는 세상으로 보였으며, 그리하여 인간은 애당초 본성이 글러 먹은 존재로 보였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