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을 막(艸-7), 쉬울 이(日-4), 어조사 우(二-1), 할 위(爪-8), 좋을 선(口-9)

노자는 “果而弗伐, 果而弗驕, 果而弗矜”(과이불벌, 과이불교, 과이불긍) 곧 “해내더라도 자랑하지 않으며, 해내더라도 우쭐하지 않으며, 해내더라도 뽐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말했듯이 해낸다는 것은 이치에 따라서 일을 한다는 뜻이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뜻이다.

설핏 생각하기만 해도 이는 매우 힘들고 더딘 여정이어서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 대부분 사람이 과정을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소홀히 하거나 제쳐두는 까닭도 이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과정을 제쳐두고 어떻게든 결과만을 위해서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 매진하는 것은 쉬운가?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해서, 갖은 편법을 다 쓰고 술수와 음모를 서슴지 않으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쉬울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요컨대 적절한 단계를 밟아서 차근차근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순서고 차례고 다 무시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일까?

‘문자’ ‘下德(하덕)’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天下莫易于爲善, 莫難于爲不善.”(천하막이우위선, 막난우위불선) 이는 “천하에서 선을 하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고, 불선을 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선을 하는 것은 동기와 목표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순리에 따라서 한다는 말이다. 반면, 불선을 하는 것은 이치나 도리에 어긋나더라도 제 욕심을 좇아 이익을 얻으려는 일을 이른다. 대체로 불선을 하는 것이 쉽고 선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여기는데, 노자는 전혀 상반되는 말을 했다. 불선을 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면서!

왜 불선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의외로 그 이치를 금세 알아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불선을 한 번 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게 쉬운 듯이 여기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선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마냥 어렵다고 여기며 손사래를 친다.

이렇게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은 무섭다. 내가 해 본 적도 없는 일에 대해 너무도 쉽게 판단을 내리니 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