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롱(耳-16)벌레 충(虫-12)비록 수(隹-9)어리석을 우(心-9)

노자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使桀紂循道行德, 湯武雖賢, 無所建其功也. 夫道德者, 所以相生養也, 所以相畜長也, 所以相親愛也, 所以相敬貴也. 夫聾蟲雖愚, 不害其所愛. 誠使天下之民皆懷仁愛之心, 禍災何由生乎?”(사걸주순도행덕, 탕무수현, 무소건기공야. 부도덕자, 소이상생양야, 소이상축장야, 소이상친애야, 소이상경귀야. 부롱충수우, 불해기소애. 성사천하지민개회인애지심, 화재하유생호?)

“폭군 걸과 주가 도를 좇고 덕을 실행했다면, 탕왕과 무왕이 비록 현명하다 해도 공적을 세울 일이 없었으리라. 무릇 도와 덕이란 서로 키우고 길러주며 서로 기르고 자라게 해주며 서로 가까이하고 아끼며 서로 공경하고 귀하게 대하는 바탕이다. 하찮은 벌레도 우둔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아끼는 것은 해치지 않는다. 참으로 천하 사람들이 모두 어질고 아끼는 마음을 품는다면, 재앙이 어디에서 생겨나겠는가?”

걸은 夏(하) 왕조의, 주는 商(상) 왕조의 마지막 왕이다. 그 둘은 막강한 권력과 강대한 군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들보다 열세였던 탕왕과 무왕의 군대에 각각 패해서 비참하게 죽고 왕조는 무너졌다. 걸과 주는 포악하고 무도했기 때문이고, 탕왕과 무왕은 도와 덕이 있어 민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과연 걸과 주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제 가족과 친족을 아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이 겪은 재앙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이들이 無道(무도)와 不德(부덕)으로 겪은 재앙은 그저 옛이야기로 끝난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눈앞에서도 벌어진 일이다.

20세기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대를 이어 대통령을 지낸 집안이 있다. 아비는 총에 쓰러졌고, 그 딸은 탄핵으로 쫓겨났다. 또 형은 국회의원으로 아우는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가 구속된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과연 자신을 아끼고 가족을 사랑했을까? 아마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여겼을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여길 것이다. 그런데 재앙이 그들에게 내린 것일까? 하찮은 벌레도 자신이 아끼는 것은 해치지 않는다는데, 자신과 가족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간 그들은 과연 벌레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