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아(戈-3)바랄 욕(欠-7)어질 인(人-2)

욕(欲)이라는 글자는 태생부터 심상하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 꼴을 보면, 谷(곡)과 欠(흠)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谷(곡)은 골짜기를 뜻하는 글자가 아니다. 곡은 容(용)을 가리키는데, 용은 신을 제사 지내는 사당 곧 廟(묘)를 가리키는 宀(면)과 祝文(축문, 신에게 바라고 비는 뜻을 적은 글)을 담은 그릇 위에 신의 기운이 내려오는 형상인 谷(곡)이 합쳐진 글자다. 용이 얼굴이나 모습을 뜻하는 것은 보고 싶어 한 신의 얼굴이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欲(욕)에서 欠(흠)은 한숨을 쉬며 탄식하거나 시름겨워하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욕은 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나 기대로 초조해하는 상태, 달리 말하자면 接神(접신)하려고 하는 종교적 願望(원망)을 의미하는 글자였다. 이런 것이 단순하고 소박한 바람일까? 그리고 그런 바람이 쉬 이루어질까? 그렇지 않음을 옛사람들이나 지금 사람들이나 다 알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런 바람이 도리어 墮落(타락)의 빌미가 된다.

欲(욕)은 우선 希望(희망)이나 祈願(기원)의 의미를 갖는다. ‘논어’ ‘述而(술이)’편에 “仁遠乎哉? 我欲仁, 斯仁至矣”(인원호재? 아욕인, 사인지의) 곧 “어짊이 멀리하더냐? 내가 어질고자 한다면, 그예 어짊이 오느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어짊을 체득하는 일은 매우 힘들고 버거운 일이며, 오래도록 쉼 없이 애써야 가능하다. 그러니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공자는 ‘바라는 마음’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타박한다. 화려한 수레나 높은 벼슬 따위를 바라는 그런 정도의 ‘바람’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이다.

어질게 되려는 바람, 붓다가 되려는 갈망이라면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이치의 길로 나아가게 하니 훌륭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책장이나 넘기고 욕정을 억누르겠다고 신체를 손상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제 생활조차 스스로 영위하지 못하면서도 또 자연스런 본성이나 감정을 해치고서도 仁者(인자)가 되고 붓다가 될 수 있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