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길 기(口-10)바랄 욕(欠-7)해칠 해(宀-7)그것 지(丿-3)

배고프거나 잠이 오거나 추워서 떠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옷을 입는 것은 그런 현상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일 뿐이다. 문제는 그런 현상과 반응 사이에 우리의 ‘마음’ 또는 ‘의식’이 끼어드는 데 있다. 무엇을 먹을까, 어디에서 먹을까, 저것을 먹고 싶은데, 그곳에서 한 번쯤 호사스럽게 식사를 해보고 싶은데,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집에서 살아야 번듯해 보일까 따위를 갈등하고 고민하며 ‘바람’을 가지는 것, 그것이 欲(욕)이다.

바람이 있다는 것은 사물을 또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심지어는 왜곡한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해서 보는 것, 그것을 佛家(불가)에서는 相(상)이라 한다. 사물과 현상 자체, 객관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法(법)을 내 마음이나 의식으로 보아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세계를 보는 것, 그러면서 그것을 객관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상이다. 상은 한마디로 내 마음이나 의식이 투사된, 정확하게는 물든 세계로, 일종의 감옥과 같다. 그런 감옥에 있으면 자유로울까? 즐거울까? 그런 감옥을 만들도록 마음이나 의식을 흐리는 것이 바로 바람이다.

바람 곧 欲(욕)을 너무 거창하게 또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앞서<55>에서 인용했던 “바람을 좇으면 본바탕을 잃게 된다”는 말을 다시 떠올려보면, 결코 과도한 해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잃게 된다는 그 본바탕은 붓다가 말한 佛性(불성)과도 다르지 않다. 탐욕으로 물들지 않아야 불성이 되살아나듯이 바람을 좇지 않아야 본바탕대로 살 수 있다.

‘문자’ ‘上德(상덕)’에서 말했다. “日月欲明, 浮雲蔽之; 河水欲淸, 沙土穢之; 叢蘭欲修, 秋風敗之; 人性欲平, 嗜欲害之.”(일월욕명, 부운폐지; 하수욕청, 사토예지; 총란욕수, 추풍패지; 인성욕평, 기욕해지) “해와 달이 밝게 빛나려고 하나 뜬구름이 가리고, 황하의 물이 맑아지려 하나 모래와 흙이 더럽히고, 난초는 무성하게 자라려 하나 가을바람이 시들게 하고, 사람의 본바탕은 평온해지려 하나 욕심이 해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