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러울 유(木-5)약할 약(弓-7)곧 즉(卩-7)이길 승(力-10)

수천 년 동안 남성들은 ‘가부장제 사회’를 공고하게 구축하면서 남성이 우월하고 여성은 열등하다는 인식, 여성을 한낱 부속적 존재로 여기는 관념을 확고하게 다졌다. 그 결과 남성들의 우월 의식은 좀처럼 약화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지배 의식으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쌓아 올린 그 ‘업적’ 때문일까? 그러나 그 업적은 찬란한 듯 음울하고, 화려한 듯 유치하며, 진취적인 듯 억압적이다. 무엇보다도 전국시대를 살았던 노자의 눈에 비친 남성들은 한낱 위선적이고 파괴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저 전국시대에 끊이지 않고 일어난 전쟁과 학살, 파괴는 대체 누가 주도하고 자행한 일인가? 수월한 살상을 위해서, 심지어는 대량 살상을 용이하게 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자,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가? 사내들은 전쟁터에서 죽고, 여자와 아이들은 빈곤과 굶주림, 질병으로 죽어 나갔다. 그 모두 강함을 숭상해서 우열을 다투느라 빚어진 일이다. 제후들과 책사들은 공존과 공생을 도모하는 어짊과 겸애를 나약한 자의 부질없는 이상론이라며 멀찌감치 제쳐 놓고는 獨存(독존)과 獨生(독생)의 길을 열어줄 부국과 강병만이 진정 강자의 길이라 믿었던, 그 알량한 강함의 신봉자들이었다. 그러니 노자가 보기에 어떠했겠는가?

노자가 강조한 ‘다투지 않음’은 남과 싸워서 이겨야만 확인되는 그 알량한 강함을 훨씬 뛰어넘는 강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래 글에도 나오듯 부드러움과 약함, 어짊과 올바름이라는 여성적 덕이야말로 참된 강함이며,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갈 민주주의의 밑동이기도 하다. 이는 ‘미투’ 운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자’ ‘上仁(상인)’에 나온다. “雌牝卽立, 柔弱卽勝, 仁義卽得, 不爭卽莫能與之爭. 故道之在于天下也, 譬猶江海也.”(자빈즉립, 유약즉승, 인의즉득, 불쟁즉막능여지쟁, 고도지재우천하야, 비유강해야) “암컷의 덕을 지녀야 바로 서고, 부드러움과 약함이라야 이기고, 어짊과 올바름이라야 얻고, 다투지 않아야 아무도 그와 다툴 수 없다. 그러므로 도가 천하에 있는 것은 비유하자면 강이나 바다와 같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