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심 (心-0) 길 술 (行-5) 아닐 불 (一-3) 바를 정 (止-1)

‘세종실록’ 12년(1430년) 11월 18일에 있었던 일이다.

백관이 차례로 임금에게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는 輪對(윤대)를 행한 뒤, 經筵(경연)에 나아갔을 때다. 세종은 ‘資治通鑑續篇(자치통감속편)’을 강의하다가, “큰 잔치를 사흘 동안 베풀었다”는 뜻의 “賜大酺三日”(사대포삼일) 대목에 이르자 이렇게 말했다.

“宋太宗(송태종)은 정말 어진 임금이다. 그러나 더러는 공치사도 하고 또 희롱을 좋아하였으니, 이런 것은 帝王(제왕)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이에 鄭麟趾(정인지)가 대답했다.

“두루두루 아는 데 힘쓰고 시 짓기를 좋아한 것도 제왕의 학문은 아니었습니다.”

또 세종은 “고기 낚는 것을 좋아해 4품 이상은 모두 들어와서 참관하게 했다”는 뜻의 “好釣魚, 令四品以上入參觀之”(호조어, 령사품이상입참관지) 대목에 이르자 이렇게 말했다.

“간한 사람이 없었는가? 만일 간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넓은 아량으로 어찌 받아들이지 않았겠느냐.”

그러자 대답했다.

“간한 사람이 역사서에는 보이지 않고 다만 당시 사람의 시에 ‘鶯驚鳳輦穿花去, 魚畏龍顔上釣遲’(앵경봉련천화거, 어외룡안상조지) 곧 ‘꾀꼬리는 임금의 수레에 놀라서 꽃 속으로 숨어들고, 물고기는 임금의 얼굴을 무서워하여 낚시에 걸리기가 어렵도다’라고 한 것이 있습니다.”

이에 세종이 말했다.

“잘 지었구나! 완곡하게 풍자하는 뜻을 담고 있으니, 시를 지은 사람이 누구인가?”

“丁謂(정위)였습니다.”

그러자 세종은 “謂雖工詩, 然其心術不正”(위수공시, 연기심술부정) 즉 “謂(위)가 비록 시는 잘 지었으나, 그 마음씨는 바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세종이 끝에 한 말은 1-1(16회 등)의 ‘棄辯’(기변)과 ‘絶僞’(절위)를 떠오르게 한다. 대체 정위란 인물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았기에 세종으로부터 “마음씨가 바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