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군(口-4)사람 자(老-5)본받을 법(水-5)강 강(水-3)바다 해(水-7)

물이 흐른다는 것은 낮은 곳으로 간다와 비운다를 아울러 뜻한다. 흐르므로 더 넓은 곳으로 가고 비우므로 다시 새로워진다.

사람 또한 강과 바다를 따라 자신을 낮추고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대부분 사람이 무미건조한 삶을 불평하며 더 새로운 삶을 살지 못하는 까닭은, 끊임없이 나아지려 애쓰면서도 더 나아지지 않는 까닭은, 이미 가지고 있는 낡고 오래된 생각과 마음을 비우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고인 물이 된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새롭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비울 줄 안다면, 이 세상에는 종교도 정치도 필요하지 않다. 없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훌륭한 수행자나 뛰어난 정치가가 있어 대다수의 고인 물이 흐르도록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그런 물꼬를 터주는 일이 곧 통치고 정치다.

흐르는 물은 더 잘 흐르게, 고인 물은 다시 흐르게 해주는 통치자나 정치가는 민주주의 정치에서도 당연히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통치자나 정치가가 신분으로 결정되지 않고 스스로 강이나 바다가 되려고 낮춤과 비움의 길을 가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학연이나 지연을 비롯한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연줄 따위가 크게 작용하는 사회라면 강이나 바다 같은 인물이 더욱더 긴요하다.

‘문자’의 ‘自然(자연)’에 나온다. “古之善爲君者法江海. 江海無爲以成其大, 窳下以成其廣, 故能長久. 爲天下溪谷, 其德乃足, 無爲故能取百川, 不求故能得, 不行故能至.”(고지선위군자법강해. 강해무위이성기대, 유하이성기광, 고능장구. 위천하계곡, 기덕내족, 무위고능취백천, 불구고능득, 불행고능지)

“예부터 임금 노릇을 잘 하는 이는 강과 바다를 본받았다. 강과 바다는 무위로써 그 거대함을 이루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그 광대함을 이루었기 때문에 길게 오래 갈 수 있었다. 천하의 골짜기가 되므로 그예 덕이 넉넉해지고, 무위하므로 온 내를 다 가질 수 있으며, 구하지 않으므로 얻을 수 있고, 애써서 가지 않으므로 이를 수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