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용(用-0)마음 심(心-0)지나칠 자(自-0)넓을 광(广-12)

군주를 至尊(지존)이라 하는 까닭은 누구도 犯接(범접)할 수 없는 지극히 높은 자리에 홀로 있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산맥 가운데서 우뚝 솟은 봉우리와 같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은 군주를 에워싼 신하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외형적으로 드러난 지위에 따른 비유일 뿐이다.

진정한 통치자나 참된 정치가가 되려면, 그 지위에 걸맞은 마음을 지니고 언행을 보여야 한다. 그 마음과 언행이 어떠해야 하느냐를 두고 비유로 든 것이 강과 바다다.

강은 흐르는 물 가운데서 낮은 곳에 위치하며,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이 바다다. 봉우리의 비유로 본다면, 바다는 통치자요 강은 그 신하들이라 할 수 있다. 이 바다와 강이 보여주는 미덕은 “能爲百谷下”(능위백곡하) 곧 “기꺼이 온 골짜기의 아래에 있다”는 말에 잘 드러난다.

왕실에 태어난 자는 시쳇말로 금수저고, 귀족 가문에 태어난 자는 은수저쯤 된다. 그런 금수저나 은수저는 소수이며, 그들이 다스려야 할 대상은 이른바 흙수저들로서 대다수다. 선왕들의 통치를 이어가거나 대대로 가문을 유지하려면 흙수저인 민중의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共感(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금수저나 은수저임을 내세워 교만하게 군다면, 공감이 아니라 反感(반감)을 사게 된다.

‘문자’ ‘守弱(수약)’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天子公侯以天下一國爲家, 以萬物爲畜. 懷天下之大, 有萬物之多, 卽氣實而志驕. 大者用兵侵小, 小者倨傲凌下, 用心奢廣. 譬猶飄風暴雨, 不可長久.”(천자공후이천하일국위가, 이만물위축. 회천하지대, 유만물지다, 즉기실이지교. 대자용병침소, 소자거오릉하, 용심사광. 비유표풍폭우, 불가장구)

“천자와 제후들은 천하와 한 나라를 제 집안처럼 여기고 만물을 제 가축으로 여긴다. 거대한 천하를 품고 수많은 만물을 가지게 되면, 기운이 가득 차고 뜻이 교만해진다. 크게는 군대를 써서 작은 나라를 침략하고 작게는 오만하게 아랫사람들을 능멸하므로 마음 씀이 지나치게 허황되다. 회오리바람이나 폭우와 같아서 길게 오래갈 수 없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