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칠 폐(广-12)공변될 공(八-2)향할 취(走-8)사사로울 사(禾-2)

중대한 판결을 내린 판사가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사사로이 견해를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판사로서도 삼가야 할 일이고 재제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공평무사함을 알리려고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를 이용한 데에는 아무래도 私(사)와 欲(욕)이 작용했음을 숨기려는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는 참 몰랐다. 공명정대한 사람은 굳이 정당화하려 애쓰지 않으며, 공명정대하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정당화하려 애쓴다는 사실을, 또 편파적인 사람은 말을 할수록 그 편파성이 더 불거진다는 사실을. 게다가 자신은 엘리트 의식이 강하며 소수의 권력자나 가진 자를 옹호한다는 것도 드러냈다. ‘죽간본’ 1-1에서 ‘絶智棄辯’(절지기변)을 말한 또 다른 이유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모두 자신의 잘남 또는 뛰어남을 털끝만치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참으로 뛰어나다면, 왜 민중이 잘 알아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판단과 발언과 행동을 하지 않는가? 왜 민중의 미성숙을 운운하는가? 군주정 시대에도 통치자와 귀족들은 그 교만함으로 제 무덤을 팠고 몰락했다. 하물며 오만하고 독선적인 통치자를 민중이 평화 시위로 끌어내리는 이 시대 이곳에서는 어떻게 될까?

‘문자’ ‘上禮(상례)’편에 나온다. “其上賢也, 以平敎化, 正獄訟. 賢者在位, 能者在職, 澤施于下, 萬民懷德. 至其衰也, 朋黨比周, 各推其所與, 廢公趣私, 外內相擧, 奸人在位, 賢者隱處.”(기상현야, 이평교화, 정옥송. 현자재위, 능자재직, 택시우하, 만민회덕; 지기쇠야, 붕당비주, 각추기소여; 폐공취사, 외내상거; 간인재위, 현자은처)

“현명한 이를 높이는 것은 교화를 고르게 펴고 송사를 바르게 하기 위함이다. 현명한 이가 높은 자리에 있고 유능한 이가 관직을 맡으면, 은택이 아래에까지 베풀어져 온 민중이 그 덕을 입는다. 그러나 쇠퇴할 지경에 이르면, 그릇된 자들이 모여서 패거리를 이루어 각자 속셈이 같은 자를 추천하므로 공명정대함을 버리고 사사로움에 쏠려 안팎으로 제 패거리끼리 서로 추천한다. 그 결과 간사한 자가 높은 자리에 앉고, 현명한 이는 은둔해 산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