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일 소(小-1)사사로이 할 사(禾-2) 적을 과(宀-11) 바랄 욕(欠-7)

본디 ‘視素保樸(시소보박)’은 통치자와 지배층에게 한 말이었으나, 민중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말로써도 풀이했다. 무릇 이치나 진리라면 두루 통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普遍性(보편성)’이 없으므로 이치도 진리가 될 수 없다. 1-2의 마지막 구절 ‘少私寡欲(소사과욕)’ 곧 “사사로움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하라”는 말 또한 그런 점에서 진리다. 통치 계층에게 한 말이지만, 신분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사사로움과 욕심은 군주정에서나 민주정에서나 정치를 그르치는 주범이다. 문제는 반드시 사악하거나 간교한 자가 아니더라도 이 사사로움과 욕심에 쉽사리 휘둘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삿된 마음이 없으면 사사로움이나 욕심으로 무얼 해도 큰 탈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사로움이나 욕심의 경계는 불분명해서 어느 정도가 사사로운 것인지 또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주 어렵지는 않다.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거의 모든 말에는 짝이 되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찾으면 의미가 한결 뚜렷해진다. 私(사)의 짝은 무엇인가? 公(공)이다. 공은 기본적으로 제사와 관련된 글자다. 厶(사 또는 모)는 빈 공간을, 八(팔)은 신령이 오가는 것을 각각 형상화한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청정한 장소를 가리킨다. 군주정 시대에는 통치자와 지배계층만 출입하는 곳이었지만, 그 전에는 부족민 전체가 참여하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결국 공동체 전체와 관련된 일을 뜻한다.

죄의 유무와 시비를 가리는 일과 관련된 글자 訟(송)에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왼편의 言(언)은 자신은 깨끗하고 결백하다는 것을 신에게 맹세하거나 주장하는 말을 가리킨다. 이런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신성하고 공적인 장소에서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결단하는 것이 訟(송)이다.

그렇다면, 私(사)는 공개하지 않고 하는 일이나 공적이지 못한 것을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私(사)는 몰래, 마음대로, 치우치다, 제 것으로 하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공무를 사적으로 처리하고 사익을 추구하다가 감방에 갇혀 있는 전직 대통령을 보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