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을 우(心-9)신 신(示-5)예우할 예(示-13)기릴 찬(言-19)

‘죽간본’ 1-1에서는 “잔꾀를 끊고 말재주를 버리면 민중의 이로움이 백 배 더하고, 기교를 끊고 잇속을 버리면 도적이 없어지며, 위선을 끊고 염려를 버리면 민중이 효도와 자애로 돌아간다”고 했다. 끊고 버려야 할 智(지)·辯(변)·巧(교)·利(리)·僞(위)·慮(려) 등은 서로 얽혀 있다. 잔꾀와 말재주, 위선과 염려는 사익을 추구하면서도 마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속이는 짓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여섯 가지를 끊고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통치자와 정치가들이 그런 짓들을 끊거나 버리려 할까? 끊고 버리는 일이 쉬울까? 설령 끊고 버린다고 해도 일시적인 눈가림으로 그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또한 잔꾀요 위선이다. 타락하고 변질되기는 쉬워도 쇄신하고 변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권력을 쥔 자들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제우스신은 인간의 생활이 온통 음울하고 쓸쓸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인간에게 이성보다 정념을 훨씬 더 많이 주었어요. 비율로 계산하자면 1대 24쯤 될 거예요. 게다가 이성을 머리의 비좁은 구석에 가두어 놓고, 몸의 나머지 부분은 정념으로 채웠어요. 그러고는 이성에 맞설 강력한 참주 둘을 세웠죠. 바로 분노와 욕망이에요. 분노는 가슴속에 살면서 생명의 원천인 마음을 지휘하죠. 욕망의 지배 범위는 광범위해요. 신체의 가장 은밀한 부위까지도 지배하니까요. 이 두 가지 힘이 합쳐질 때 이성이 그에 맞서서 과연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인간의 일상생활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에라스무스(1466∼1536)의 ‘愚神禮讚(우신예찬)’에서 바보 여신이 한 말이다. 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자부하는 인간을 비꼬고 있는데, 섬뜩할 정도로 날카롭고 정확하다. 이성이 아무리 덕의 원칙을 지키라고 소리 높여 외쳐도 인간의 정념을 지배하는 것은 분노와 욕망이다. 노자도 이를 잘 꿰뚫고 있었다. 그리하여 여섯 가지 짓거리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권력을 쥐고 제 욕망을 맘껏 채우면서 자기에게 맞서는 자들에게는 분노의 벼락을 내리치는 통치자와 정치가들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노자도 1-1에 이어 1-2를 제시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