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을 절(糸-6)거짓 위(人-12)버릴 기(木-8)걱정 려(心-11)

2016년의 촛불시위는 왜 일어났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시민들이 속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은 원칙주의자라고 그토록 강조했던 대통령이 전혀 원칙주의자가 아니었다는 것은 애초에 거짓이라 할 수도 없었다. 대체 원칙에 맞게 무얼 하는 것을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들의 잘못이 더 컸다.

그러나 그 자신을 뽑아준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취임식 때 한 선서와 아주 동떨어진 통치의 길로 갔다는 것, 게다가 전혀 자격 없는 인물에게 통치권을 넘겨주고 자신은 한낱 꼭두각시처럼 굴면서 헌정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온 국민을 철저하게 농락했다고밖에는 말할 도리가 없다. 또 대국민담화(2016년 11월 29일)를 통해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한 말도 국정원 활동비를 상납받아 제 주머니를 채운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철저하게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도대체 그 거짓의 끝은 어디일까?

대국민담화에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한 대통령은 탄핵되고 파면되어 이제는 수감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그 동안 새 정부가 들어섰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곳곳에서 수많은 폐단들이 하나둘씩 불거지고 있다. 그 많은 폐단을 가만 들여다보면, 그 원천은 결국 국가 권력을 나누어 가진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직무를 유기하고 책임을 방기한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권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도리어 억압하고 제한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입법부가 제대로 입법기관으로 구실하지 못하고 있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니 제쳐두더라도 사법부조차 권력을 심각하게 오용하고 남용하고 있었음은 氣陷(기함)할 정도다. 그럼에도 삼권의 권력을 사익을 위해 쓰는 자들은 마치 자신들만이 국가를 위해 또 국민을 위해 매진하는 애국가인 듯이 군다. 그런 자들을 경계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서기 어렵다. 노자가 그 점을 미리 꼭 집어서 말한 것이 바로 ‘죽간본’ 1-1의 세 번째 구절에 나오는 “絶僞棄慮”(절위기려)다. “위선을 끊고 염려를 버려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