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훔칠 도(皿-7)해칠 적(貝-6)없을 망(亠-1)있을 유(月-2)

‘회남자’에 나온다. “跖之徒問跖曰: ‘盜亦有道乎?’ 跖曰: ‘奚適其無道也? 夫意而中藏者聖也, 入先者勇也, 出後者義也, 分均者仁也, 知可否者智也. 五者不備, 而能成大盜者, 天下無之.’ 由此觀之, 盜賊之心, 必託聖人之道而後可行.”(척지도문척왈: ‘도역유도호?’ 척왈: ‘해적기무도야? 부의이중장자성야, 입선자용야, 출후자의야, 분균자인야, 지가부자지야. 오자불비, 이능성대도자, 천하무지.’ 유차관지, 도적지심, 필탁성인지도이후가행)

“도척의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도둑에게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했다. ‘어디엔들 도가 없겠느냐? 추측해서 감추어져 있는 것을 알아맞히는 것이 성스러움이고,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기이며, 뒤에 나오는 것이 의리이고, 골고루 나누는 것이 어짊이며, 일이 될지 안 될지를 아는 것이 지혜다. 이 다섯 가지가 갖추어지지 못했는데도 대도가 될 수 있었던 자는 천하에 없다.’ 이로써 살펴보면, 도적의 마음도 반드시 성인의 도를 빌붙어서 핑계를 댄 뒤에 실행할 수 있다.”

노자는 이미 “絶智棄辯, 民利百倍”(절지기변, 민리백배)를 말하며 잔꾀와 말재주를 경계했다. 위에서 도척도 성인의 도를 끌어와서는 도둑질에도 도가 있다고 설파했다. 도척의 대답에 부하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사실 누구라도 도척의 대답을 직접 듣는다면,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이렇게 잔꾀와 말재주가 뛰어난 도척에게 세상에 알려진 기술이라도 있다면, 어떠하겠는가?

IT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첨단 기술로써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광고한다면, 오로지 제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속셈을 갖고 기술 융합이니 4차 산업혁명의 선구적 기술이니 하면서 전문 용어들로 포장해 단번에 수억 내지는 수십 억을 벌 수 있다고 꾄다면, 현혹되지 않을 이가 얼마나 될까? 노자는 “絶巧棄利, 盜賊亡有”(절교기리, 도적망유) 곧 “기교를 끊고 잇속을 버리면 도적이 없어진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기술의 발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심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한, 끊임없이 도적들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모든 기술 가운데서 가장 빠르고 정교하게 발달한 것이 혹시 도적의 기술은 아닐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