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자 노(老-0)임 자(子-0)가리킬 지(手-6)뜻 귀(止-14)

‘한비자’는 ‘해로’와 ‘유로’를 두어 노자의 글에 주석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노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보다는 법가의 통치술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더 크게 작용했다. 이는 ‘노자’나 ‘도덕경’의 사상이 매우 이질적인 사상을 주창하는 학파에서조차 적극 활용할 만큼 깊고도 넓으며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비자처럼 저자가 독창적인 해석을 가하면서 노자의 글 전체를 주석한 책이 남아 있다. 한나라 초기의 인물로 추정되는 嚴君平(엄군평)의 ‘老子指歸(노자지귀)’가 그것이다. ‘노자지귀’는 한때 僞書(위서)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판본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과 저자 엄군평의 정치적 입장이 일치한다는 점, 그 체제가 통행본 ‘도덕경’과 달리 ‘德經(덕경)’이 앞에 있고 ‘道經(도경)’이 뒤에 있어 ‘백서본’이나 ‘한비자’의 ‘해로’·‘유로’편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 등이 위서라는 의심을 불식시켜주었다.

엄군평은 ‘덕경’과 ‘도경’을 각각 ‘上經(상경)’과 ‘下經(하경)’으로 구분했다. ‘상경’에 40편, ‘하경’에 32편을 배치하여 모두 72편으로, 통행본보다 9편이 적다. 특히 ‘노자지귀’는 통행본의 39장과 40장을 합해 한 편으로, 57장과 58장 일부분을 합해 한 편으로, 67장과 68장을 합해 한 편으로, 78장과 79장을 합해 한 편으로 삼고 있다. 이는 후한 때의 ‘하상공장구’나 위진 때인 왕필의 ‘노자주’ 이전에 존재한 텍스트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자지귀’는 ‘죽간본’과 ‘백서본’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된 古本(고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엄군평은 ‘노자’ 본의에 대한 직접적인 해석과 풀이보다는 ‘노자’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전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말하자면 ‘노자’에 의거해서 자신의 철학을 피력한 셈인데, 이는 ‘한비자’와 유사하다. 특히 중국 역사상 최초로 ‘周易(주역)’의 이론을 끌어와서 ‘노자’를 해석하고 있으며, ‘莊子(장자)’에 의해 풀이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노자지귀’에는 음양가와 유가, 법가 등의 사상이 복합적으로 수용되어 있다. 이 또한 ‘노자’의 복합성과 포괄성, 심오함을 잘 드러내주는 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