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신(田-0)아닐 불(一-3)해칠 해(宀-7)성 한(韋-8)아닐 비(非-0)

‘백서본’이 발굴되었을 때만 해도 그 동안 통용되던 ‘도덕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큰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1993년에 ‘죽간본’이 발굴되면서 ‘도덕경’의 판본 문제에서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시 다루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음이 드러났다.

특히 노자의 글이 지금까지 통용되던 ‘도덕경’의 꼴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며 표현이나 내용, 사상 등에서 적어도 처음 몇 백 년 동안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이 도가의 개조(開祖)라 불리는 노자(老子)와 법가의 집대성자인 한비(韓非)를 하나의 열전으로 묶어 ‘노자한비열전’을 지은 데서도 ‘도덕경’의 예사롭지 않은 성격은 이미 드러나 있었다.

이 열전에서 사마천은 노자와 莊子(장자)의 전기를 쓰고, 이어서 법가 사상가인 申不害(신불해)와 한비의 전기를 덧붙였다. 특히 한비의 전기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왜 이렇게 묶었을까?

사마천은 “申子之學本於黃老而主刑名”(신자지학본어황로이주형명) 곧 “신불해의 학문은 黃帝(황제)와 노자에 근본을 두고 형명을 내세웠다”고 했고, 한비에 대해서도 “喜刑名法術之學, 而其歸本於黃老”(희형명법술지학, 이기귀본어황로) 곧 “형명과 법술의 학문을 즐겼는데, 그 근본은 황제와 노자로 돌아간다”고 썼다. 법술과 형명 모두 법가의 핵심을 담은 용어다. 법술의 법은 공개된 군주의 명령이나 법령을, 술은 군주가 신하를 제어하는 은밀한 술수를 가리킨다.

형명은 형벌과 명분을 가리키는 말로, 명분이나 실상에 부합하는지를 따져 그에 맞는 상이나 벌을 내리는 것이다. 이른바 순명책실(循名責實, 이름에 따라 실상을 책임 지우는 것)과 신상필벌(信賞必罰, 공을 세운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내리고 죄를 지은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주는 것)을 표방한 것이다.

법술과 형명은 오로지 군주의, 군주를 위한, 군주에 의한 통치를 표방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법가의 학문이 얼핏 보아도 이질적으로 보이는 노자에 근본을 두게 되었을까?

고전학자